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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간질 완치율 높여…미주신경 전기자극으로 30% 정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천형의 질병인양 간주돼온 난치성 간질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하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2일 '난치성간질' 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질학회에서 밝혀진 것. 이자리에서 벨기에 사이버로닉스 유럽 임상.실험장인 슈테펜 오코노르박사는 약물복용으로 전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난치성 경련환자들에게 미주신경 자극 치료법을 실시한 결과 30%정도에서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목아래 왼쪽 미주신경주위에 나선형의 전극을 삽입해 미주신경을 자극하므로써 뇌활동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우리나라 의학계에는 처음 소개되는 치료법이다.

또 호주멜버른대학 간질센터장 사뮤엘 베르코빅박사도 "난치성 간질 환자중 3분의 1은 최근 개발된 라모트리진등 신약에 의해 증상이 월등히 좋아졌다" 며 난치성 간질도 완치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을 뿌리뽑기위해 기능장애를 일으키지 않을 뇌의 일부분을 제거해 완치된 환자도 차츰 증가하고 있다는 것. 간질은 뇌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전기적 흥분을 일으켜 경련증상을 나타내는 질병복합체. 일반인들은 간질하면 쓰러져 눈을 뒤집고 전신을 흔들어대는 전신발작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정신을 잃고 갑자기 털썩 주저않는 탈력 (脫力) 발작, 정신없이 눈을 크게뜨고 멍하니 바라보는 소발작등 발작 형태에 따라 10여종으로 구분된다.

그에 따른 원인.증상.치료약도 다 다른 것은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간질은 적절한 약을 2~5년정도 꾸준히 복용하면 발작이 없어진다.

만일 약을 끊고 나서 간질이 재발하더라도 다시 약물복용을 하면 일상생활을 지장없이 해낼수 있다.

문제는 적절한 2가지 이상의 항경련제를 최대용량까지 사용해 치료해도 발작이 계속되는 난치성 간질환자. 현재 제대로 된 진단.치료를 1~2년간 받아도 발작을 계속하는 난치성간질은 간질환자의 다섯명중 한명꼴. 성균관의대 신경과 홍승봉교수는 "대부분 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난치성간질도 최근에는 수술.신약.신경자극등 새로운 치료법에 의해 완치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면서 "우리나라에서 간질치료가 제대로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을 숨겨 제대로 질병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해 결국 부적절한 치료를 받기 때문" 이라고 강조했다.

10여년간 간질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약복용과는 무관하게 종종 타인앞에서 발작을 일으켜 직장생활유지가 어려운 L양 (25) 은 그 한 예. L양은 복합부분성 간질인데도 이를 정확하게 진단받지 않은채 흔히 통용되는 전신발작치료제를 복용하다 말다 한탓에 발작이 계속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학회참석자들은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을 숨기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려면 무엇보다 간질이 천형이라는 일반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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