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기관도 부도사태…일주일새 4개나 쓰러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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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 금융시스템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26일 미야기 (宮城) 현을 거점으로 한 일본내 두번째 지방은행 도쿠요 (德陽) 시티은행이 파산했다.

최근 일주일새 산요증권,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 야마이치증권에 이어 지방은행까지 도산해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쿠요 시티은행은 이날 자력으로 경영 재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미야기현의 최대 은행인 센다이 (仙臺) 은행에 은행 영업을 양도하되 예금과 우량 채권은 시치주시치 (七十七) 은행에 넘기고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장성은 예금보호기구를 동원해 이 은행의 불량 자산을 인수하고 일본은행 (중앙은행) 은 고객 보호를 위해 무담보 특융을 무제한 지원하기로 했다.

예금잔고 6천1백98억엔 (약 5조1천억원) 의 도쿠요 시티은행은 5백90억엔의 불량채권을 안고 있다가 최근 금융기관들의 연쇄 도산으로 단기자금 조달이 극도로 어려워짐에 따라 결국 파산의 길을 걷게 됐다.

한편 요미우리 (獨賣) 신문은 26일 불량 채권 상각으로 인해 내년 3월 결산기에 19개의 일본 도시 (시중) 은행 가운데 13개 은행이 경상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실 금융기관을 조기에 찾아내 도산시키는 '조기 시정 조치' 가 내년 4월 실시될 것에 대비, 은행들이 불량 자산을 대거 처리할 것이기 때문" 이라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은행별로는▶도쿄미쓰비시 (東京三菱) 7천3백억엔▶후지 (富士) 4천5백억엔▶스미토모 (住友) 4천4백억엔▶산와 (三和) 3천8백억엔의 경상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담에 참석중인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 총리는 25일 밴쿠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금융 혼란을 계기로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대폭 개혁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것은 예금자.투자자.금융시스템이지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다" 고 말해 부실 금융기관의 도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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