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카스피해의 검은 황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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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석유는 인류에게 없어선 안될 중요한 에너지원 (源) 이다.

현재 세계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39%를 석유에서 얻는다.

185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최초로 석유를 채굴한 이래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 수는 4만개에 달한다.

이중 아직도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유전은 10% 미만이다.

유전은 매장량 규모에 따라 초 (超) 거대유전.거대유전.대유전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초거대유전은 5조배럴 이상 매장량을 가진 유전으로 지금까지 37개가 발견됐다.

지구상 석유의 51%가 여기에 묻혀 있으며, 그중 26개가 중동에 있다.

그런데 중동에 필적할 만한 초거대유전군 (群) 이 중앙아시아 카스피해에 새로 나타났다.

세계최대의 내해 (內海) 이자 철갑상어로 유명한 카스피해는 일찍부터 석유와 관계가 깊었다.

카스피해 연안국인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유전은 20세기초 오일 러시가 일어났던 곳으로 1940년대 중동에서 석유가 생산되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카스피해 유전은 바쿠유전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눈을 돌린 곳이다.

특히 소련 붕괴로 독립국이 된 아제르바이잔으로선 국가의 명운 (命運) 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스피해 유전은 지난 94년 서방 11개 석유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의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북해 (北海) 유전의 두 배, 중동에 필적할 만한 규모임이 확인됐다.

카스피해유전이 21세기 세계 에너지 수요를 좌우할 만큼 엄청난 존재임이 확인되자 강대국과 주변국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카스피해 유전을 5대 외교과제중 하나로 정한 미국은 아제르바이잔과 관계 강화를 기도하고 있다.

러시아는 카스피해 연안국으로서의 지분과 과거 소련시절 인연을 무기로 파고들고 있으며, 또 다른 연안국 이란은 아제르바이잔이 카스피해 유전을 독식하려는 데 대해 항의하고 있다.

특히 기존 파이프라인과 별도로 새로 건설될 파이프라인 통과지역을 놓고 러시아.아르메니아.그루지야.터키.이란.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 등 주변국들이 모두 자국 통과를 고집하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2일 카스피해 유전이 드디어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카스피해의 검은 황금을 둘러싼 국가간 각축이 앞으로 이 지역에 어떤 지정학적 (地政學的)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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