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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한달… 일반고 vs 특목고 24시

중앙일보

입력

학생들은 고교 입시에서 특목고와 일반고로 나뉘며 희비를 맛본다. 그러나 고교 입학 후에는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시 같은 출발선에 선다. 또 다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 김휘영(휘문고1)군과 임유빈(명덕외고1)양이 농구대를 향해 공을 던지며 힘찬 고교 생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새학기 시작 후 한달. 처한 환경은 제각각이지만 고교생들의 목표는 하나, 대학입시다. 외고 입학 후 이제 막 적응을 끝내고 새로 달릴 채비를 하는 학생과 과학고 입시에서 고배를마신 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는 학생, 그들의 다른 상황속, 같은 희망을 엿본다.


실패를 딛고 다시 뛴다 김휘영(휘문고1)

 “지금까지 곧잘 해왔는데 안되는 게 있더라고요. 나보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다시 뛰어야죠. 원래 최종목표는 서울대였으니까.”

 김휘영(휘문고 1)군은 지난해 세종과학고 입시에서 고배를 마셨다. 수학내신 1%, 서울대 영재교육원 수료, 물리 올림피아드 은상 등 합격요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충격은 더욱 컸다. 3주 정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어머니의 충고가 귀에 들어왔다. “중간 목표에 실패했다고 모든것이 끝난 게 아니야. 마지막에 실패할 때 바로 패배하는 거란다. 너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어.”

 자신의 실패에 오히려 의연한 어머니를 보고 김군은 마음을 다잡았다. 이때부터 최종목표인 서울대 생명공학부에 맞춰 학습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일반고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김군의 마음이 통했는지 희망학교였던 휘문고에 배정받아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선 기분이었다. 휘문고가 올해 대학입시에서 전국 일반고 중 서울대 최다 합격자를 배출했다는 신문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김군은 “일반고는 학업 분위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다”며 “하지만 휘문고는 수업분위기가 엄격하고 선생님들의 열정이 아주 높다는 말을 들어 마음이 놓였다”고 입학 당시를 회상했다.

 입학 후 규칙적인 생활이 반복되면서부터는 잡념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오전 7시50분까지 등교해 자율학습 후 8시30분 1교시가 시작되면 오후 5시40분에 끝나는 방과후 수업까지, 일정이 빡빡했다. 김군은 주 2회 진행되는 ‘재미있게 배우는 현대문학’ 방과후 수업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학원에서는 단순히 그 시에 나타난 문장구조 분석 따위에 그치지만, 이 수업에서는 현대시나 소설을 작가의 삶이나 시대적 배경과 함께 분석해 이해도 빠르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원해서 선택한 수업인 만큼 더 집중해 공부할 수 있어 효과도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과후 수업이 끝나도 김군의 공부는 그치지 않는다. 오후 6시쯤 학원공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자신있는 수학은 2개 학원에서 각각 배운다. 강사의 강의식 수업과 스스로 문제 풀고 질문하는 형식의 수업으로 나눠 선택했다. 또 내신 및 텝스에 대비해 각각 국어·영어학원에 다닌다. 과학과목 중 가장 좋아하는 ‘화학’은 고교과정을 끝내고 대학에서 배우는 일반화학과정에 들어갔다. 과학 특기자 전형에 대비해서다. 밤 11시 귀가. 이때부터 숙제하고 학교에서 권하는 책을 꼭 읽은 후 12시30분쯤 잠자리에 든다.

 “학교생활이 즐겁다”는 김군에게서 특목고입시에서 탈락해 좌절했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공부 외에 각각의 장점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들과 경쟁해 당당히 내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어요.”


3년뒤 꿈 향해 달리다 임유빈(명덕외고1)

 
 “잠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어요. 안 그래도 잠이 많은 편인데.” ·

 외고 입학 후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임유빈(16·명덕외고 불어과1)양의 대답이다. 그래서 늦잠 잘 수 있는 일요일이 마냥 행복하단다.

 지난달 31일 새벽 5시30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엄마 김은영(42)씨가 딸을 흔들어 깨웠다. 몸은 일어났지만 임양은 여전히 꿈속을 헤맸다. 외고에 입학한지 한 달이 다됐지만 새벽 기상은 여전히 낯설다. 밥을 국에 말아 후루룩 마셨다. 외고에 입학하고 나서 생긴 식습관이다. “6시30분에 스쿨버스를 타야하거든요. 처음엔 아침도 못 먹었어요. 중학생 땐 7시30분에 일어났는데….” 도시락 가방에는 밥보다 간식이 더 많다. 바나나·초콜릿바10개·요구르트·과일 등. “요즘엔 수시로 배가고파요. 친구들과 나눠먹기 때문에 이것도 1교시 끝나면 다 없어져요.” 오전 6시40분 스쿨버스 안. 임양은 토막잠에 빠졌다. 부족한 잠을 채우는 유일한 시간이다.

 오전 7시30분 아침자습시간. 임양은 이시간 매일 학원에서 내준 수학 문제를 푼다. 3년 뒤 대입에 대비해 가장 부족한 수학을 보완하는 중이다. 임양은 외고 입학 후 치른 신입생고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수학점수가 저조한데다 반 석차도 기대 이하였다. 중학교 땐 줄곧 반 1등을 차지했기에 더욱 상처 받았다.

 “산 넘어 산이에요. ‘외고 합격=서울대입학’이라고 생각했는데, 뜻과 같지가 않네요. 그때마다 ‘좌절하면 안 돼’라며 마음을 다잡아요.”

 오전 8시, 1교시 체육시간 뒤 2~4교시는 영어·불어회화·영어회화로 이어졌다. 임양이 좋아하는 시간이다. “수업이 외국어로 진행돼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반고와 달리 발음부터 문화까지 외국어를 자세히 배울 수 있어 좋아요.” 어려운 불어 표현이 나오면 뱅상 선생님이 영어와 한국어로 이해를 도왔다. 임양은 졸음이 쏟아질 때마다 교실 뒤에 서서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신과 직결돼 잠시라도 졸면 안돼요. 두 눈 부릅뜬 친구들 보면 딴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때론 커피와 바커스로 졸음을 쫓았다. 공부경쟁이 치열한 외고를 왜 선택했냐고 묻자 “잘하는 친구들에게 자극받으며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 속에서 내 능력도 시험해보고 싶었고요. 이런경험 외고 아니면 어디서 해보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오후 3시50분부터 6시까지 국·영·수·외국어로 방과 후 수업이 이어졌다. 자습시간은 오후 7시부터 시작됐다. 임양은 강의 수강대신 자습을 택했다. 외고입시 때문에 그동안 학원수업에 젖었던 습관을 버리고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오늘 받은 숙제를 풀고 암기과목은 노트필기를 정리했다. “중학교 때 실패했던 ‘벼락치기’ 공부를 되풀이할 수 없어서요. 고교는 과목 수도 많으니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임양은 밤 11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갔다. 복습과 노트정리는 12시 30분까지 계속됐다.“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에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3년 뒤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제 모습 기대하세요.”


프리미엄 김지혁·박정식 기자 my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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