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앞두고 7일간 두문불출 … 김정일 또 벙커 갔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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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기 하루 전인 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위원장이 개건·현대화(리모델링)한 평양대극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지도에 나선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올 들어 모두 43차례 공개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회에 비해 네 배에 달하는 숫자다. 현지지도 장소도 강원도, 함경남·북도, 황해남·북도, 양강도를 비롯해 전국에 걸쳐 있다. 비중으로 치면 예년엔 군부대 방문이 40% 이상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11회로 25% 남짓이다. 이 중 포병부대의 포사격 훈련 참관이 세 차례나 돼 관심을 끌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산 호화 요트 아지뮤트 모델 105. 총길이 31.40m에 폭 6.98m, 최대배수량이 122t이다. 17~21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고 항해하며 최고속도는 28~29노트. 선체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RP)으로 돼 있다. [출처=아지뮤트 홈페이지]


최근 공개활동이 늘어난 것과 관련, 지난해 8월 뇌졸중 이후 건재를 과시하고 직접 경제 현장을 찾으며 경제회복에 전력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런 김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구성공작기계공장 방문 이후 4일의 평양대극장 방문 보도까지 일주일 동안 공개활동을 중단했었다. 김 위원장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앞두고 21일간 모습을 감춘 적이 있다. 2002년 이라크전 발발 때도 마찬가지다. 2002년 초엔 지방에 구축한 전쟁 지휘통제소(벙커)에서 미국의 공격에 대비했다는 후문도 나왔다.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 때도 한 달 넘도록 활동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거사’를 앞두고 공개활동을 중단하는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 이번에도 재현됐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어떠한 정책을 실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와 대응방안까지 검토한다”며 “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는 주변국의 요격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지난해 8월 뇌졸중 이후 휴식기 때 북·미 관계와 대내 정치 등 정책을 세우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라며 “예전에 비해 일찍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그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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