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데뷔앨범 '퍼플하트'낸 자우림…다양한 장르 담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지금 시중에는 '꽃을 든 남자' 란 영화가 개봉중이다.

깊이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한 방송사PD의 스크린 데뷔작인데 개봉결과는 기대와 달리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고전중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삽입음악에서 일찌감치 벼락스타를 탄생시켰다.

경쾌한 4박자 박수리듬, 박하향처럼 상큼한 보컬, 단순하지만 단박 귀에 감기는 멜로디를 안은 '헤이 헤이 헤이' 라는 그룹 자우림의 노래다.

지난 여름 미리 발매된 '꽃을든 남자'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이 곡은 함께 실린 다른 기성가수들의 작품과 비교하면 무명신인그룹의 단순한 모던록넘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막상 음반이 시중에 나오자 신세대를 비롯한 가요팬들은 이 노래에 열광적인 반응을 몰아줬다.

'주주클럽이후 잠잠하던 모던록의 바람을 다시 일으켜줄 기대주' 로 대번에 떠오른 자우림의 진짜 실력을 측정할 기회는 그러나 이제부터다.

'헤이…' 가 급부상하는 동안 이들은 오히려 마음이 편치않았다.

'헤이…' 발매와 함께 준비해온 그들의 정식 독집앨범이 '헤이…' 에 묻혀버릴지 모른다는 염려때문이었다.

다행히 금주초 막 나온 그들의 데뷔음반 '퍼플 하트' 는 60년대 비틀스 초중반 시절의 단순미를 주조로한 '헤이…' 가 그들 음악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는 다양한 양식의 12곡으로 구성돼있다.

'퍼플 하트' 의 주된 기조는 이들이 홍대앞카페에서 즐겨 연주하던 모던록넘버. 여기다 발라드, 블루스, 테크노, 재즈, 심지어 뮤지컬풍 곡조까지 다양하게 도입해 밥상을 차렸다.

'헤이…' 풍의 편안한 소프트록을 기대한 팬들은 좀 놀랄지도 모르겠다. 보컬 김유나는 음반 첫곡인 '밀랍 천사' 부터 '헤이…' 와는 딴판으로 강렬하며 육감적인 음색을 선보이고있는 것. 강한 비트에 테크노적 요소를 섞은 전형적인 모던록 넘버로 '차가운 너는 나만의 천사, 나만의 것, 숨기지 않아도 좋아' 란 가사가 신세대의 감각을 겨냥하고있다.

보컬의 개성을 살리는 쪽으로 제작돼 타이틀곡이 될 가능성이 높은 노래다.

두번째로 관심을 모으는 곡 역시 김유나의 강렬한 보컬이 특징인 '일탈' 로 코러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말그대로 일탈충동을 일으키는 노래. 이밖에 재즈적인 리듬과 록적인 기타연주가 묘한 불균형을 느끼게하는 '욕' ,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브라스섹션과 드라마틱한 창법이 돋보이는 '마론 인형' 등이 깊이에 대한 컴플렉스대신 음악하는 재미에 충실하려는 그룹의 색깔을 드러낸다.

자우림의 인기는 음악적인 요소와 함께 보컬 김유나의 비디오적 매력도 한몫했다는 것이 가요계의 의견이다.

일부에선 TV의 집중방송이 스타부상의 한 원인이 된 사실을 들어 음악외적 요소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거품효과' 를 경계하기도한다.

그같은 우려는 과장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일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신인그룹이 스타덤에 오른뒤에도 자기 색깔을 지킨다는 것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 자우림을 지켜봐온 가요계 관계자들은 2년 가까이 '초코 크림 롤스' '미운 오리' 란 이름아래 홍대앞카페에서 연주한 경력과 스스로 곡을 쓸수 있는 능력 (김유나는 '욕' 등 세곡을 제외한 전곡을 썼다) 을 볼때 제도권진입 이후에도 충분히 자기색깔을 지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 이란 뜻의 자우림은 성신여대 심리학과 4년 휴학중인 보컬 김유나와 비틀스의 영향을 깊게 받은 기타리스트 이선규가 작곡과 그룹방향을 지휘하고있다.

이들은 첫 독집발매를 기념해 27일부터 6일간 서울대학로 라이브1관에서 단독콘서트를 연다. (02 - 766 - 5417)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