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국가 지명 목록에 빠져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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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모나코에서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열린다. IHO의 공식 문서에는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돼 있다. 한국정부는 이 지명을 동해(East Sea)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6월 총회에서 동해 지명의 채택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동해’는 대한민국에서도 지명 고시(告示)가 돼있지 않다. 지명 고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으로 따지면 호적이 없다는 뜻이다. 즉 동해가 표준지명이라고 선포도 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에 홍보해 온 것이다.

현재 해양 관련 지명은 해양지명위원회가 고시를 하면 국토해양부 장관이 관보에 고시해 대내외에 공포한다. 고시된 지명은 법적 효력을 지녀 국가기관의 공식 문건은 물론 교과서 및 지도에도 고시된 지명만을 사용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1929년 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등재했다. 한국은 해방 후 유엔에 가입하면서부터 ‘동해’를 국제사회에서 공인 받기 위한 외교전에 뛰어들었다. 92년 7월 당시 외교부는 문화부·공보처·문교부 등과 협의를 거쳐 ‘Tonghae’로 쓰던 영문표기를 ‘East Sea’로 통일하기로 했으나 지명 고시 절차는 밟지 않았다. 이후 지명 고시를 담당한 국토지리정보원은 물론 2002년 7월 조직된 해양지명위원회에서도 고시는 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3월말 현재 총 345건의 해양지명을 고시했지만 동해는 없었다.

이에 대해 해양지명위원회 위원장인 우예종 국립해양조사원장은 2일 “동해 명칭은 고시 대상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고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아는 명칭을 또 거론하는 것은 패배적이다”며 “동해 명칭을 우리나라에서 자꾸 거론하는 것은 유리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동해를 ‘한국해(Sea of Korea)’로 쓰자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서는 “다른 명칭을 주장하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고 우리 국민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해 지명 고시에 대한 소극적 자세는 독도 때와 비교가 된다. 정부는 61년 4월 22일 독도 지명을 고시했다. 지명 종류가 ‘도서(섬)’라는 사실은 물론 ‘동해바다 가운데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섬이라서 독도라 하였으며 큰 섬 둘과 여러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내용까지 명시했다.

하지만 일본이 ‘다케시마’라는 지명을 앞세워 독도 도발을 일삼자 정부는 2005년 6월 재차 ‘독도 현황’을 고시했다. 정부 3개 부처(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해양수산부) 합동 고시였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재확인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따라서 동해를 세계에 당당하게 홍보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동해를 공식 지명목록에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동해연구회 회장인 이기석 서울대 명예교수는 “동해와 같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지명 가운데 지명목록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이라도 지명목록에 동해를 등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지명의 표준화 작업을 해온 미국 연방 지명위원회(BGN)는 ‘일본해’를 동해의 표준 지명으로 등재했다. 미 연방 정부는 물론 미국 국적의 지도업체와 구글과 야후 등 미국 국적의 포털도 모두 이를 따르고 있다. 물론 ‘동해’는 없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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