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는 ‘격투기 농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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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지난달 31일 창원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직후 테렌스 레더(삼성)가 역전승을 자축하고 있던 LG 선수단에 느닷없이 달려들었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겨우 레더를 끌어냈다. 이날 경기 도중에는 삼성 선수들에게 집중 파울을 당한 브랜든 크럼프(LG)가 이규섭에게 팔꿈치를 휘둘렀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6강전부터 과열됐다. 코트에서 정당한 몸싸움이 아니라 신경전 끝에 터져나오는 거친 파울이 난무하고 있어 팬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농구인가 K-1인가.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거친 경기 끝에 코뼈를 다친 KCC 신명호(左)와 코피를 흘리는 이중원. [뉴시스]


◆농구가 아니라 격투기=1일 전자랜드-KCC전에서는 KCC 선수 3명이 줄줄이 다쳤다. 신명호는 코뼈를 다쳐 실려나갔고, 임재현은 상대 선수와 부딪쳐 눈 밑이 퍼렇게 멍들었다. 코뼈를 다쳐 보호마스크를 하고 나왔던 이중원은 코피를 흘리며 벤치로 물러났다. 이쯤 되면 격투기에 가깝다.

삼성과 LG의 경기도 만만찮다. 강을준 LG 감독은 3차전 후 “레더가 기승호의 입 속에 손을 집어넣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괴롭힌다”고 하소연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도 “이렇게 거칠게 해서 뭐가 남겠는가”라며 LG 역시 거칠게 경기한다고 맞섰다.

◆왜 과열됐나=갈수록 심해지는 신경전이 과열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 서장훈은 생애 처음으로 자신보다 15㎝가 큰 하승진(2m22㎝)을 상대한다. 둘은 KCC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갈등 끝에 서장훈이 팀을 옮겼기 때문에 신경이 더 날카롭다. 서장훈은 ‘거인’ 하승진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의 팔꿈치가 위협적으로 자신의 눈앞을 오가고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뒤통수 가격 사건’ 역시 이런 신경전 와중에 나왔다.

이명진 MBC ESPN 해설위원은 “심판들이 과열되기 전에 미리 파울로 끊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볼썽사나운 장면을 줄이려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자성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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