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연극놀이 마법의 고무줄로 공간여행 떠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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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연극놀이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다. 어린이들이 김수정교사와 함께 고무줄 기차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어린이가 마음껏 뛰어놀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있다.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이 매년 진행하는 ‘어린이 연극놀이 교실’이 그것. 봄맞이 첫수업에 참관해봤다. 

 “차표를 보여주세요···네! ‘김대영’표 통과입니다.” 꼬마손님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무줄 기차’에 탑승절차를 밟고 있다. 기차래봤자 길이 4m 남짓한 흰색 면 고무줄을 두 명의 교사가 에둘러 앞뒤로 잡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김수정(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연구원) 교사가 ‘뿌우’ 기적나팔을 불면서 탑승을 재촉하니 저마다 먼저 타려고 안달이다. 탑승 인원은 13명. “탑승이 완료되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기차 손잡이(고무줄)를 꼭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김 교사의 인도로 ‘마법의 고무줄나라’ 로 떠나는 기차가 힘차게 출발했다. “더 빨리 달려요” 넓은 강당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올해 주제는 ‘공간 속으로 떠나는 연극놀이’다. 총 10회로 구성된 수업에서 아이들은 고무줄·천·솜 등을 활용해 공간·균형 감각을 키우고 상상력을 맘껏 발휘한다. 다양한 보조 재료를 몸으로 밀고 손으로 잡고 뛰면서 자극을 줘 소근육·대근육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황금실 기획담당자는 “어린이가 사물과 공간을 몸으로 느끼고 표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라며 “어울려 뛰어놀고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사회성이 길러지고 친화력도 몰라보게 향상된다”고 수업의 장점을 설명했다.
 

힘껏 뛰고 움직이면서 상상의 세계로
 고무줄 기차의 첫 목적지는 ‘운동나라’. 4명씩 짝을 지어 손을 사용하지 않고 거울벽을 향해 몸으로 고무줄을 힘껏 밀어서 늘려본다. 선생님이 높이 올린 고무줄을 잡으려고 힘껏 위로 뛰어오르면 온몸의 관절이 자극된다. 고무줄이 몸에 닿지 않고 통과하려면 까치발로 살금살금 게걸음해야 한다. “선생님! 옆으로 걸어도 자꾸 닿아요” “치마 끝이 닿았어!” 직접 하는 아이는 호소하고, 구경하는 아이는 소리높여 평가하느라 강당안은 시끌벅적하다.

 이번엔 고무줄이 침대로 변했다.‘상상의 나라’다. 교사 네 명이 고무줄을 당겨 사각형을 만들자 강당의 불이 꺼졌다. 떠들썩하던 강당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아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좁은 고무줄 침대 안으로 들어가 새우처럼 옹크리고 눕는다. 누워서 숨을 고르던 김대영(6)군이 “침대가 어항으로 변해도 돼요?”라고 교사에게 속삭였다. 아이들은 고무줄 어항속에서 열대어가 돼 상어의 공격을 피한다. 또 아이스링크인 양 주르륵 미끄러지는 포즈를 취한다.

 아이들이 흰 고무줄과 친숙해지자 이번엔 검은 고무줄이 등장했다. “강당 여기저기 놓인 의자들이 보이죠? 여러분은 이제 아기 거미에요. 커다란 거미줄을 만들어보세요” 아이들은 순서대로 고무줄의 끝을 잡고 의자·벽에 고정된 봉을 지지대 삼아 커다란 공간을 마음껏 분할했다. 완성된 거미줄은 즉석에서 용이 사는 계곡으로 변신해 물용과 불용이 사는 집으로 탄생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황연후(7)양은 “고무줄 아이스링크에서 김연아언니처럼 스케이트를 탔다”고 자랑했다. 김예원(6)양은 “용계곡에서 파란 물용이 됐다”며 “파란 천을 쓰고 불용에게 안 들키게 숨어있었다”고 말했다. 활동을 지켜본 학부모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딸을 데리고 처음 참여한 김진상(40·남·서울 강서구)씨는 “낯을 가리는 편인 딸아이가 첫 수업부터 다른 아이들과 활발하게 어울리는 모습이 신기하다”며 “주위에도 추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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