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사원' 취업급증…올해 22만명 제조·생산직은 55%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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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 휴렛팩커드에서 지난 7월부터 근무해 온 金모 (여.23) 씨는 거래처사람들로부터 명함을 받아도 자신의 명함을 내주지 못한다.

金씨는 이 회사 인사부에서 복리후생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소속된 곳은 진방템프라는 근로자파견업체이기 때문이다.

金씨는 95년 전문대를 졸업한 뒤 중소 컴퓨터회사에 정식입사했으나 부도 나는 바람에 얼마 전 진방템프의 문을 두드려 일자리를 얻었다.

金씨의 월급은 1백10만원선.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원과 비교하면 월급이 20여만원 적지만 따로 취직하기도 어려워 용역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 말했다.

金씨처럼 기업체의 정규사원이 아니면서 '용역업체 (근로자파견업체)' 에 소속해 회사를 옮겨 다니며 근무하는 인력이 갈수록 늘고 있다.

노동연구원 정인수 (鄭寅樹) 연구위원은 14일 '파견근로 실태와 정책과제' 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용역사원 (파견근로자)' 은 92년 2만7천명에서 올해 22만명으로 5년 사이 약 8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불황극복을 위해 용역사원을 활용해 인건비를 낮추고 노무관리도 쉽게 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증가한 데다 극심한 구직난으로 용역업체에라도 일단 취직하고 보자는 취업생들로 인해 공급 역시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견근로자가 가장 많은 곳은 제조업체. 파견근로자 가운데 제조업 생산직 비중은 92년 27%에서 올해는 55%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이같은 단순근무직뿐 아니라 통역.번역.약사.의사.속기사등 전문직종 (전체 파견근로자의 2.9%)에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파견근로자중 57%는 이전에 기업체 정규사원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파견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및 재해보상에 대한 책임이 사용업체가 아닌 영세 파견업체에 있어 용역사원들이 산업재해 발생에 거의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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