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인생 마지막 경기 한다는 각오로” … LG, 벼랑 끝 반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9면

LG의 아이반 존슨(中)이 삼성 레더와 이규섭右의 밀착 수비를 뚫고 골밑슛을 노리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LG가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6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LG는 31일 홈인 창원으로 삼성을 불러들여 연장 끝에 85-81로 승리했다. LG는 1승2패로 추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몰릴 대로 몰린 LG는 거칠었다. LG 강을준 감독은 “1, 2차전에서 이규섭과 이상민 등 삼성 노장들이 경기 중 우리 신인 기승호를 말로 다그쳐 기승호의 기가 죽어서 졌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LG전에서 죽을 쑤던 이규섭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평균 21.5득점을 기록하면서 펄펄 날았다. 강 감독은 “우리 선수 기를 죽이는 삼성 노장 선수들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LG 고참들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야구에선 싸움이 나면 모든 선수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그러지 않는 선수는 벌금을 내는 팀도 있다. 그러나 LG는 그러지 못했다. 신인이 당하는데도 수수방관했다.

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독을 품으라고 다그쳤다. LG는 허리가 아픈 전형수가 “인생 마지막 경기를 한다는 각오로 나왔다”고 할 정도로 치열했다. 초반 11-2로 앞섰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자유투가 발목을 잡았다. 자유투 실수는 전염병이다. 주범은 자유투 10개를 놓친 크럼프였지만 동료인 아이반 존슨도 3개를 던져 하나도 넣지 못했다. 자유투가 좋은 전형수와 기승호도 2개씩 던져 모두 실패했다. LG는 ‘자유투는 자신감이다’라고 라커에 써 붙였고 마이클 조던의 자유투 비법(‘나는 할 수 있다’라고 세 번 말한 후 던지기)도 적어놨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유투는 더 안 됐다.

70-71로 한 점 뒤진 경기 종료 4.9초 전 크럼프가 또다시 자유투 라인에 섰다. 시즌 내내, 플레이오프 내내 자유투로 강 감독의 속을 뒤집어놓은 크럼프의 첫 번째 자유투는 역시 실패했다. 강 감독은 “두 번째도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크럼프의 두 번째 슛은 쏙 들어갔다.

크럼프는 “오늘 지면 집에 가야 하는데 더 경기하고 싶었다. 자유투를 넣으면 감독님이 행복해할 것 같아서도 꼭 넣고 싶었다”고 농담을 했다. LG 관계자들은 그러나 “크럼프가 2차전에서 자유투 25%를 기록한 후 라커룸에서 펑펑 울었는데 외국 선수가 우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크럼프는 그만큼 비장했다.

크럼프의 자유투 성공으로 연장에 간 LG는 허리가 아픈 전형수가 5점을 넣는 활약으로 승리했다. 강 감독은 “전형수의 투혼에 감사하며, 자유투로 19점을 날리고 이긴 건 기적이어서 하나님께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창원=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