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철새들의 새 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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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 서부지역의 브르타뉴 해안과 그보다 조금 북쪽의 노르망디 해안은 아름다운 자생식물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 등 기후와 환경이 철새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철새들이 서식하기는커녕 유럽의 북극권에서 더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모습만 간간이 눈에 잡힐뿐 철새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아 조류 애호가나 환경주의자들을 실망시키기 일쑤였다.

한데이곳 해안의 모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철새들이 해안을 완전히 뒤덮은 일이 꼭 한번 있었다.

93년 9월의 일이었다.

며칠전 유럽의 북극권을 이륙해 남하하던 철새떼가 대서양을 강타한 폭풍우를 만나 싸우다 수만마리가 기진맥진한 몸으로 일제히 프랑스 서부해안에 '불시착' 한 것이다.

그 와중에 수많은 철새들이 목숨을 잃었다.

학자들은 그때 일을 아주 이례적인 현상으로 본다.

철새들은 폭풍우 따위와 같은 자연현상을 미리 감지하는 능력이 있어 이동중에 폭풍우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철새들조차 감지하지 못했던 그 태풍은 인근지역을 덮쳤던 태풍으로부터의 영향이었고, 그것은 70년만에 가장 강한 태풍으로 발전했음이 밝혀졌다.

살아남을곳을 찾아가기 위해 '장거리 여행' 을 해야 하는 철새들이 '초능력' 에 가까운 능력을 지니는 것은 당연하다.

가령 겨울 철새들은 스스로의 이동거리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이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 비축을 위해 여름철에 지방 (脂肪) 을 축적한다.

몸무게의 두배까지 지방을 비축하는 철새도 있다.

지구의 자장 (磁場) 으로 방향을 탐지하기도 한다.

그러니 어느 곳이 한철을 나기에 적합한지를 알아내는 것은 기초적인 일일 것이다.

매년 단골로 찾는 곳이 환경오염 따위로 지내기 부적합해진다면 다시 찾아갈 리가 없다.

동양 제1의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던 을숙도의 갈대밭 일부가 훼손되면서 철새 문제가 제기됐던 것도 쓸데없는 걱정만은 아니었다.

아닌게 아니라 환경청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 13개 겨울철새 도래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철새 센서스' 에 따르면 각광받던 낙동강.주남저수지 등은 하위로 처졌고 천수만.아산만 등 비교적 오염이 덜한 서해안이 1~5위를 차지했다.

이젠 철새가 얼마나 찾아드는가가 오염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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