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시장’ 뚫어라 … 기업들 ‘수출 워룸’까지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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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동에 있는 자동차부품 수출 업체 PJ테크는 올해 중남미·중동 지역 수출 목표액을 지난해 40억원에서 20% 이상 늘린 50억원으로 잡았다. 이들 수출 지역은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아 상대적으로 시장이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액도 지난해 100억원에서 올해 115억~12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PJ테크는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4년 전부터 이 지역을 개척했다.

이 회사의 김용권(55) 사장은 “ 우리 제품은 품질이 우수한 데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커졌다”며 “그동안 값싼 중국산을 선호하던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산 제품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제품의 수출환경이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많은 국내 수출기업이 수출 시장 다변화 덕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기업의 수출다변화가 경제위기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중 시장’을 잡아라=미국·유럽연합(EU) 시장이 어렵자 국내 기업들은 중동·중남미·중국 등 이른바 ‘3중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브라질 등 중남미는 자원개발 수요와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다. 또 중동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각종 기반시설 구축이 활발하다. 중국 역시 각종 개발계획과 함께 최근 4조 위안(약 800조원)에 달하는 내수경기 회복 방안을 내놓았다.

LG전자는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이 39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났다. LG전자의 김기완 중아지역본부장은 “올해도 이 지역 매출을 20% 이상 늘릴 것”이라며 “중동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인프라 구축, 도시 개발을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경영기획본부의 김상욱 이사도 “미주 지역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수출 다변화의 전략지역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가 된 비주류=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침체에도 우리나라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것은 그동안 선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낮아지고 신흥시장에 대한 비중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의존도는 크게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 수출에서 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20.2%에서 지난해 말 11%로 줄었다. 반면 개도국에 대한 수출은 늘어 같은 기간 중국 비중은 14.6%에서 21.7%로, 아세안은 11.3%에서 11.7%로 증가했다. 중남미·중동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 2007년 12.2%에서 지난해 14.1%로 늘었고 올해는 15%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그룹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서관 15층에 비상경영본부(워룸)를 설치했다. 주요 지역별·품목별 수출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는 수출팀을 ‘위기관리 체제’로 바꿔 시장 상황 점검을 보다 세분화했다. 기존에 대륙별로 한두 국가만 환율과 물가 정보 등을 분석했지만 지금은 대상 국가를 더욱 늘리고 대상 지표도 다양화해 시장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염태정·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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