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 '질주 본능' 팔등신 미녀 라이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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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강원도 태백 준용서킷에서 '애마' 야마하 R1에 올라 포즈를 취한 최윤례씨. [최준호 기자]

"모터사이클과의 만남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힘은 들지만 타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니까."

26, 27일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제1회 태백산배 한.일 수퍼레이스 챔피언십에서 단연 눈길을 끈 미녀가 있다. 1000㏄짜리 모터사이클 야마하R1을 타고 수퍼신인전에 출전한 최윤례(27)씨. 국내 여성 라이더 1호다.

1m76㎝의 팔등신 몸매에 뛰어난 미모로 한국과 일본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 "목표는 모터사이클 1인자"

태백시 근교 산골짝에 만든 2.5㎞의 구불구불한 아스팔트 코스(태백준용서킷).

그는 첫날 예선에서 한 바퀴 최고성적이 기준(1분3초)에 1초 모자라 수퍼특별전(통합전)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27일 국내 수퍼신인전 결승전에서는 환호와 갈채가 그에게 집중됐다. 경기 전 내린 폭우로 위태로울 만큼 미끄러운 코스를 최고시속 280㎞, 평균 137㎞의 속도로 15바퀴 돌았다. 28명의 출전자 중 12위.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나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어요. 하지만 언젠간 꼭 시상대에 설 거예요."

모터사이클은 프로대회지만 아직 스폰서가 빈약해 상금이 보잘것 없다. 그래서 선수들은 명예와 승부를 위해 도전한다. 최씨의 목표는 그런 모터사이클 경연무대에서 1인자가 되는 것이다.

1년에 2000만원가량 드는 선수생활 비용을 마련하느라 모델과 영화 스턴트우먼 일을 한다. 지난 4월엔 KBS의 드라마 '북경 내사랑'에 모터사이클 스턴트우먼으로 출연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개당 50만원인 타이어 값을 만들기 위해 다른 모터사이클 두대를 팔았다. 초고속의 격렬한 경기라 한 대회에 최소한 네개의 타이어를 바꿔줘야 한다.

모터사이클 엔진의 굉음과 속도에 그가 빠져든 건 고교를 졸업한 1995년이다. 우연히 친구의 모터사이클 뒷자리에 탔다가 그 짜릿함에 매니어가 됐다. "의상실을 운영하고 별의 별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쁜 와중에도 중고 모터사이클을 사 달리기 시작했지요." 시간이 나면 집(경기도 부천)을 떠나 근교의 한적한 도로를 달렸다.

가족들은 말렸다. 특히 자고 일어나면 아버지가 망치로 모터사이클을 부숴놓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러면 친구들 것을 빌려 타거나 다시 돈을 모아 중고품을 샀지요."그러기를 예닐곱번 겪고 나서야 가족들은 최씨의 고집에 손을 들었다. "요즘은 아버지가 경기장에까지 나와 지켜보실 정도로 이해하게 됐지요."

그는 2002년부터 모터사이클을 본격적으로 타 지난해 7월 정식 선수로 데뷔했다.

*** 모델.스턴트로 경비 마련

"커브를 돌 때 브레이크를 잡는 포인트를 정확히 맞추는 게 중요해요. 물론 브레이크를 놓고 속도를 내는 타이밍도 중요하고요. 0초01과의 싸움이기에 경기를 할 때는 아무 생각도 없어지지요."

하지만 그는 도시의 폭주족들에 대해서는 걱정했다. "선수들은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고 보호장구도 완벽하게 갖춰요. 그래서 시속 200㎞에서 사고가 나도 경미한 부상에 그칩니다. 아무것도 없이 거리를 내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지요."

태백=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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