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폭로전 엄단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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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대선에서 무책임한 폭로전 양상을 손보겠다고 다짐했다.

8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같은 경고를 한 金대통령은 10일 고건 (高建) 국무총리등 전 국무위원을 청와대로 소집, 자신의 의지를 확인한다.

14일에는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등 공안 부장검사들을 불러 공권력 집행 자세를 점검한다.

임기 마지막의 선거 사정 (司正) 을 예고하는 움직임들이다.

이처럼 金대통령이 작심하고 나오는데는 '허위사실 유포와 인신공격이 선거의 전부인 것처럼 자행되고 있다' 는 상황인식 때문이다.

담화에서 金대통령은 헐뜯기 풍토로 인해 '후진국 전락' '국가위기 지경' '국민에게 걱정거리' '누가 당선돼도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 이라며 개탄.냉소의 심정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그리고 탈당을 한 엄정한 선거관리자로서 흑색선전 범법자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선거이후에도 처벌' 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당국자는 처벌대상에 후보자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외없다는 의미" 라면서 "선거 때면 나오는 의례적 엄포가 결코 아니다" 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金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그릇된 정쟁 (政爭) 을 감시하고 올바른 진상을 전달하는 안내가가 돼달라" 고 주문했다.

최근 들어 金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자주 드러내고 있다.

金대통령은 부인 손명순 (孫命順) 여사의 2백억원 신당 지원설 (說) 등이 확인없이 보도되고 있다고 몹시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金대통령의 의욕이 얼마만큼 효과를 볼지에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선 형평성 시비가 걱정" 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검찰이 '김대중 비자금 의혹' 을 국론분열을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것이 부담으로 돌아왔다.

흑색선전의 대표 사례로 청와대가 꼽고 있는 '2백억원 문제' 는 92년 대선자금 논쟁을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다 특정후보를 탄압하는 인상을 주지 않게끔 공권력의 기술적 동원이 쉽지 않은데다 金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져 있어 검찰이 의도대로 움직여줄지 의문이다.

金대통령이 이인제 (李仁濟) 후보를 지원해온 인상이 사라지지 않은 시점이라는 측면도 담화문의 긍정적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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