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영일기]신형인 금호타이어 사장…기업도 문화경쟁력을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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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문화비전 2000' 을 선언하며 풍요로운 미래 설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이윤 창출을 최대 목표로 삼아왔던 기업들 역시 새로운 환경 대응을 위한 체질 개선과 함께 사회적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국가나 기업 모두가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데에는 아마도 '文化의 世紀' 라고 일컫는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가오는 신세기에서는 20세기 과학기술혁명이 가져다 준 부작용에 대한 반성으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가치가 더욱 중시되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문화적 욕구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많은 미래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다가올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한 때 기업문화 열풍이 거세게 몰아쳐 문화활동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실천적 접근을 진전시키기도 하였지만 아직까지 기업문화를 기업의 단순한 문화예술활동의 후원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영관리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경향도 적지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극적인 관심과 문화 위축으로는 머지않아 세계 전역에서 소리없이 확산되게 될 '문화전쟁' 에서 승자로 남으리라는 보장이 쉽게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기업들은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 싯점에서 미래 경쟁력의 원천인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문화의 재창조를 위한 전략적 모색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에서 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높이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또한 투자한 만큼이나 가시적인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기에 중간에 망설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닌 다음 세대가 이끌어갈 회사의 장래를 생각해야지' 라며 기꺼이 결재에 응하곤 한다.

문화 투자는 미래의 생존을 위한 보장성 보험과도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문화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 뿐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경영활동 전반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적 감각과 분위기가 조직내에 충만해야 한다.

미래 고객들은 같은 값과 같은 품질이면 문화예술적 감각이 살아 있는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그룹에서 다소 강요적이기는 하지만 사원들로 하여금 미술전람회나 음악회에 참석토록 권하고 있는 것도 다 문화적 감응도를 높이고자 하는 이유에서이다.

또한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문화를 가져야 한다.

기업은 이제 독창적인 스타일이나 자기철학 없이는 경쟁에서 뒤지기 마련이다.

비록 세계가 하나가 된다고 해도 문화의 통합까지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문화적 차별성이 새로운 경쟁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와함께 세계지향의 보편성 (普遍性) 과 공생성 (共生性) 을 추구해야 한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기업들은 해외에서 수많은 이문화 (異文化) 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자사문화 (自社文化) 의 세계화와, 자신의 문화적 강점을 세계경영과 접목시켜 나가는 세계문화의 자사화 (自社化) 를 통해 글로벌 차원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 나갈때 문화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함께 키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21세기 문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경영의 패러다임도 경제에서 문화로 옮겨간지 이미 오래다.

문화의 달을 맞이하며 새삼스럽게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되새겨 본다.

신형인 <금호타이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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