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대결은 노련미와 패기의 싸움으로 압축됐다. 매 세트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삼성화재의 노련미가 대한항공의 패기를 잠재웠다.
삼성화재 안젤코(右)가 대한항공 선수 3명의 블로킹 벽 사이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34점을 올린 안젤코의 활약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인천=뉴시스]
정규리그 2위 삼성화재는 29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배수진을 친 대한항공(3위)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2연승을 달린 삼성화재는 프로 출범 이후 5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삼성화재는 정규리그 우승팀 현대캐피탈과 다음 달 5일 천안에서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경기 전 “노장 선수들이 많아 체력이 걱정이다. 오래가면 우리가 불리하다. 특별한 작전은 없고 선수들이 워낙 경험이 많은 만큼 믿고 맡기겠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에 승리로 보답했다. 특히 서른세 살 동갑내기 최태웅·석진욱(6점), 손재홍(9점)의 활약이 돋보였다. 세터 최태웅은 안정된 토스로 팀을 이끌었고, 석진욱·손재홍은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들이 물꼬를 터놓으면 ‘크로아티아 해결사’ 안젤코(34점)의 스파이크가 불을 뿜었다.
높이가 좋은 대한항공은 블로킹 수에서 19-10으로 삼성화재를 압도했다.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 17-20의 위기에서 대한항공은 높이를 활용해 저항했다. 김학민·김형우·칼라의 연속 블로킹에 이어 안젤코의 공격 범실로 21-20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엔 삼성화재 센터 신선호(8점)가 빛을 발했다. 신선호는 칼라의 공격을 잇따라 막아내며 다시 22-21로 승부를 뒤집었다. 두 번 연속 블로킹을 당한 칼라는 흥분한 상태에서 다시 공격을 시도했으나 안젤코에게 막혔다.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신선호는 속공을 상대 코트에 내리꽂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한항공은 막판 단조로운 공격과 범실로 자멸하며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만 했다.
창단 이후 13번째로 결승전에 올랐다는 신 감독은 챔프전에 대해 “현대는 높이나 백업 등 객관적 조건에서 낫지만 우리는 현대와 맞붙으면 좋은 경기를 한다”며 “휴식 기간에 계룡산을 한 번 더 가야할지 모르겠다. 계룡산에 갖다 온 뒤 한번도 진 적이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전날 열린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KT&G에 세트스코어 3-1로 역전승을 거두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 다음 달 4일 GS 칼텍스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인천)을 펼친다.
문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