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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극복 분수령 될 G20 정상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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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참가국들이 이번 회의를 통해 위기에 처한 개도국 금융산업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세계 금융 시장은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현 금융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가 경험했던 어떤 위기와도 성격이 다르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뒤 순식간에 금융시스템 자체가 붕괴됐다. 긴급 회생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각국은 더 이상 대형 금융회사들이 파산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노력해 왔다.

물론 이 같은 긴급조치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이 자국 금융사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은 개도국들로부터 자본 유출을 야기했다. 개도국들의 통화 가치가 하락했고, 금리는 높아졌다. 기업들의 재무 상태는 악화됐고, 개인들의 신용불량이 증가했다. 미국 등이 이번에 취한 금융산업 지원책은 기존의 보호주의 조치와는 사뭇 다르다. 통상적으로 보호주의 조치는 무역 부문에 치중하는데 이번에는 금융 쪽이 우선시됐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구들에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선진국발 금융 폭풍으로부터 개도국들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에 비해 재정이 취약하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개도국들은 올해에만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대외 부채 만기가 돌아온다.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만기 연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서 개도국 문제를 어젠다로 채택했다. 하지만 G20 참가국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특히 미국과 독일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최대한 재정지출을 함으로써 경기 부양을 할 수 있고, 민간 부문에서의 신용 붕괴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1920, 30년대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독일은 막대한 재정지출에 따른 인플레를 우려해 미국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G20 참가국들이 각자의 기본 입장을 바꾸지 않고도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 투입’을 고집하는 대신, ‘개도국들의 금융시스템 보호와 경제 회복을 위해 국제사회가 지원한다’는 선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개도국 경제가 무너지면 선진국들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G20 정상회의에선 어느 정도의 성과가 기대된다. IMF가 ‘신규 차입 협정(NAB)’을 활용해 운용 재원을 두 배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더 많은 나라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이 특별인출권(SDR:IMF로부터 무담보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을 활용해 개도국들을 지원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럴 경우 전 세계적인 통화 팽창이 발생하지 않는다. 재정적자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지원국은 돈을 새로 찍거나 별도 예산을 편성할 부담도 없다. 지원받는 개도국 입장에선 저리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선 SDR(약 25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경기 순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좀 더 융통성 있게 SDR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즉, 경기가 과열됐을 때는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주요 참가국들이 공감한다면 시장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
정리=최익재 기자 ⓒ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