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보다 환경’ 수목장 선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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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정치인들은 조상 묘를 이장(移葬)할 때 주목받곤 한다. 풍수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군왕지지(君王之地)”란 얘기가 뒤따르곤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그런 경우였다.

오세훈(사진) 서울시장도 조부모의 묘를 이장한다. 영 사연이 다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도시계획’ 탓이다. 당초 조부모의 묘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선산에 있었다. 오씨 조상들이 용인의 집성촌에서 10대째 살다보니 자연스레 이천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공교롭게 선산이 특전사 이전 부지에 포함됐다. 기존 서울 송파에 있는 특전사 부지가 도시계획상 위례 신도시 지구로 지정되면서 생긴 일이었다.

선산을 수용당할 처지가 된 오씨 종친들 사이에선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오 시장이 힘을 좀 써서 선산이 수용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부터 “이왕 이장할 바엔 명당으로 옮기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오 시장의 한 참모는 전했다. 이 참모는 “오 시장이 굉장히 곤혹스러워했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의 직계는 결국 수목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 시장이 “묘를 쓰지 말고 환경친화적인 수목장으로 모시자”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 시장은 26일 조부모의 유골을 수습해 화장했다. 산림청이 경기도 양평에 마련한 수목장지인 ‘하늘숲추모원’이 5월 개장하는 만큼 그때까지 납골당에 임시 봉안키로 했다. 오 시장의 참모는 ‘옮기는 자리가 명당인 건 아니냐’고 묻자 “현재 공인된 수목장지는 하늘숲추모원 한 곳뿐”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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