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 '死の壁(죽음의 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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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の壁(죽음의 벽)
養老孟司(요로 다케시), 新潮社,190쪽,680엔

암이다 사스(SARS)다 해서 부산 떨 필요가 없다. 원래 인간의 사망률은 100%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일부러 아니면 습관적으로 눈을 돌려 버리는 ‘죽음’의 문제. 이를 저자는 제대로 바라보라고 충고한다.

지난해 『바보의 벽』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저자가 ‘벽’시리즈의 2탄으로 내놓은 것이 이 책이다. 『바보의 벽』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쓴 게 아니라 저자의 말을 편집자가 정리해 엮은 것이다.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죽음이다.

도쿄(東京)대 의대를 졸업하고 해부학 교수를 지내다 지금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해부학자답게 추상적이고 애매한 개념으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며 죽음에 접근하고 있다.

죽음을 애써 무시하려 드는, 현대인의 ‘사고(思考)정지’라는 높은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선 “죽음을 피하는 것은 삶을 피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늘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모하게 죽음으로 다가갈 필요도 없지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죽음은 그 자체로 ‘자연’이기 때문이다.

전작 『바보의 벽』에서 지은이는 “인생의 문제에 정답은 없다”고 했지만 이 책에서는 “인생의 최종 해답은 ‘죽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여러 다양한 질문만 있지 정작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이 없는 이 불확실한 인생사에서 단 하나 확실한 것, 그것은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요즘 세상을 지켜보면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과연 현대인이 정말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어차피 죽을 건데 왜 목숨을 죽이면 안되는가’‘과연 생과 사의 경계선은 어디인가’등 죽음을 둘러싼 보편적 테마를 저자 특유의 언어로 풀어낸다.

먼저 ‘왜 죽이면 안되는가’라는 물음을 보자. 이 단순한 질문에 저자는 “파리를 죽이기 위해선 파리채 하나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파리채로 죽여버린 파리를 다시 원래 상태로 돌려 놓을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없애버리는 것은 간단하지만 다시 회생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 흔히들 ‘죽음의 순간’이라고 일컫지만 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일 뿐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다른 사람의 생사가 걸린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도 갖지 않은 채 ‘엘리트’가 되는 현대인들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본인 스스로 ‘환자를 죽이면 과연 어떻게 되나’라는 물음에 완벽하게 대답할 자신이 생기지 않아 해부학자가 됐다는 해설도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수술실에 들어가 메스를 드는 많은 의사들을 비꼬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논리는 다소 거칠어보이는 곳도 있지만 그마저도 이상하게 기분 좋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아, 맞다 맞아!”라고 놀라게 되는 대목이 70%가량이라면 “에∼,그거 맞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대목이 30% 정도다.

“아무리 훌륭한 과학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임종 날을 예언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자기 자식도 자신의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예컨대 과학자들이 자신이 쏘아올린 로켓이 예상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라갈 때 그렇게 기뻐하는 것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로 기뻐하는 것은 너무나 우습다.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을 가장 가치 있는 일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처럼 저자의 메시지는 시종일관 “진정한 죽음이라는 것은 그냥 찾아오는 것이지 자기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죽는 게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은 ‘1인칭의 시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나의 시체’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즉 자신에게 있어 ‘죽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실체가 없는 ‘입’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한다.

“입술은 분명히 있고, 혀도 존재하지만 입술도 혀도 아닌 ‘입’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것은 구멍에 지나지 않는다. 실체가 없는 것이다. 해부학 용어에서도 입이란 없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은 ‘입은 어디에 있나’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어차피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하고 현재의 삶을 열심히 살라는 충고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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