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슈퍼맨' 현실문제 해결사 노릇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TV는 힘이 세다.

요즘 우리 TV는 브라운관에서 허구로만 존재하는 것을 거부하고 현실 속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며 이를 직접 실현하는데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현실참여 현상은 크게 네가지로 나타난다.

우선 사람 찾아주기. 요즘 KBS1 '아침마당' 의 수요 고정물 '그 사람이 보고싶다' 가 커다란 인기다.

갖가지 이유로 어릴 적 헤어졌던 사람들을 찾아주는 이 프로그램은 70년대 사회개발 과정에서 수양딸로, 식모로, 입양아로 가면서 생긴 신이산가족들이 주인공들이다.

올해 3월부터 모두 1백여명이 가족을 찾았지만 대기 신청자도 1만명에 달한다.

물론 그 기원은 83년 온 나라를 눈물로 적셨던 'KBS 이산가족 찾기' .장장 4백52시간45분에 이르는 세계 최장 생방송기록을 가진 이 극적인 '드라마' 는 사람들에게 TV의 역할이 어떻게 확대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TV는 사랑을 싣고' 도 이를 응용한 프로. 유명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첫사랑, 은사, 친구등 추억의 인물을 찾아주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준다는 평을 들으며 시청률 베스트10에서 빠지지 않는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SBS '김창완.신은경의 좋은 아침입니다' 에서는 일주일동안 가출청소년 집에 보내주기 운동을 벌여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두번째는 사람 잡아주기. 방송이 사람을 찾아주는데 위력을 발휘했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가정이 MBC '경찰청 사람들' 을 만들었다.

미제사건의 개요와 범인의 인상착의를 함께 방송함으로써 제보에 취약한 우리 수사현실에서 공개 수사본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6월16일부터 고정코너가 된 이래 모두 28건을 공개수배, 이중 약80% 가량 범인을 잡은 것 같다는 것이 담당 이근행PD (32) 의 말이다.

가히 'TV포도대장' 이다.

세번째는 현실 바로잡기. 이번 가을개편 다시 나온 SBS '문성근의 다큐세상, 그것이 알고싶다' 는 첫회로 92년 이미 보도했던 유부도 정신질환자 수용소를 다시 찾아가는 끈질김을 보였다.

이미 인권의 사각지대임을 폭로했지만 아무것도 고쳐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은 제작진이 불합리한 현실이 고쳐질 때까지 계속 추적하겠다는 결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KBS '추적 60분' , MBC '시사매거진 2580' , MBC 'PD수첩' , SBS '추적 사건과 사람들' , SBS '뉴스추적' 등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사회 비리를 추적하면서 지속적인 보도로 비리현상을 바로 잡겠다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5분짜리 사회 계도물인 MBC '여기서 잠깐' 도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가 고쳐야할 점들을 명쾌하게 집어내며 국민의식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번째는 소원 들어주기. 평소 만나보고 싶던 연예인과 팬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KBS2 'TV데이트' 는 그 대표적 사례. 일본 프로그램 표절시비를 낳고는 있지만 SBS '특명 아빠의 도전' 역시 가족들의 평소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빠가 가장 소질 없는 분야를 연습해 도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광운대 신방과 김현주 교수는 "멀티미디어의 발달로 TV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라고 말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주며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은 좋지만 자칫 지엽적인 문제나 오락적 측면이 강한 주제에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