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열풍]올 합격자 20%가 비법대(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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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부터 사법연수원 교육과정에 법제사.법철학등 법학의 기초과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최근 대학가에 불어닥친 고시열풍으로 법학을 전공하지 않고 시험과목 기본교과서만 암기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비 (非) 법대생이 크게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법학교육을 시킬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94년 세계화추진위원회 주도로 이뤄진 사법시험 합격자 증원으로 4백96명이 올해 입학한 연수원 28기의 경우 비법대생이 약 20%에 이른다.

합격자중 서울대 법대가 1백92명으로 가장 많고 고려대 (69명)에 이어 서울대 비법대생이 58명을 차지했다.

학과별 분포도 사회과학대 (34명).인문대 (12명).경영대 (7명).자연대 (2명).의과대 (1명).미술대 (1명).농대 (1명) 등 전 학과에 퍼져 있다.

특히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 늘린후 고시대열에 합류한 사람의 대부분은 비법대생으로 추정되고 있어 비법대생 출신 사시 합격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 게다가 최근에는 경제난과 명예퇴직 확산등으로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법고시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었다.

현재 연수원 재학생들의 전력도 치과의사.정부부처 사무관.은행원.기자.유전공학박사.광고회사 직원등 매우 다양하다.

비법대생은 아무래도 시험준비 기간이 길어지게 마련이어서 합격자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93년 사법연수원에 입학한 23기생의 경우 평균 연령이 만 27.4세였지만 28기생은 평균 29.2세다.

이들의 법조계 입문은 각자의 경험을 활용할 경우 법조계의 전문화와 첨단 법학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적지않은 문제점도 갖고 있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비전공자의 경우 법률을 도구로 삼아 손쉽게 법률사무를 취급하려는 경향이 짙은 것같아 기초교육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전공과 관계없이 우수한 인재들이 고시열풍에 빠져드는 이상현상이 5~10년 이상 계속된다면 대학 교육의 파행과 함께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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