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이태백 ⑫] 높은 보수·신분보장되는 공기업을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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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고려대 국제관 국제회의실. 기말시험 기간 중이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4백여명의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고려대 취업지원팀과 조이에듀넷이 실시한 공기업 취업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이다. 고대 학생 뿐 아니라 인근 대학의 취업 준비생들까지 몰려 들었다. 모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눈에 힘을 주고 마이크로 울려 퍼지는 정보를 빼곡히 받아 적기에 바빴다.

한 남학생은 "국제업무가 많은 곳이나 금융 분야의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대기업 지원해도 서류전형부터 퇴짜맞는다는 말에 일단 시험준비를 열심히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이에듀넷 박치원 전무는 "옛날엔 공기업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3년 전부터 매력이 한꺼풀씩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보수와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보장이 매력적이어서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날로 좁아지기만 하는 취업문. 그러나 모든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특히 공기업을 눈여겨 봐오던 취업 준비생들이라면 더더욱 반가운 소식이 있다.

올 초 국회를 통과한 청년실업특별법이 앞으로 5년간 정부가 투자하거나 출연한 98개 회사들에게 해마다 정원(7만여명)의 3%씩을 채용토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가 5년간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은 1만명이 넘는다.

공기업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채용을 안 했으나 2002년부터 다시 신입직원을 뽑고 있다. 조이에듀넷에 따르면 최근 최종 합격자의 50%가 여성일 정도로 성차별이 없고 지방대 등 차별도 없는 편이다.

취업전문가들은 공기업의 가장 큰 매력으로 높은 연봉과 안정성을 꼽고 있다. 지난해 기준 평균 연봉이 대략 2천5백만원이라고 조이에듀넷은 분석했다. 은행(3200만원) 등엔 못 미치지만 대기업(2350만원)보다는 높다. 또 공무원처럼 법으로 정년이 보장돼 있진 않지만 민영화가 되지 않을 경우 55~58세까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사기업의 경우 채용시 면접 비중이 높고 서류전형도 중시해 학벌이 좋지 못하거나 지방대 학생들이 불리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공기업들은 선발 과정에서 필기시험 비중을 높게 둔다. 시험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그만큼 취업문이 넓다는 얘기다. 필기시험은 사무직의 경우 보통 상식+전공(법학.경제학.행정학 등 택1)이고, 기술직은 상식+해당분야 전공으로 나뉜다. 면접은 공기업에 따라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하고, 코트라.한국석유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은 영어회화 테스트를 치르기도 한다. 다음은 조이에듀넷이 권하는 필승 입사 전략이다.

<공기업들의 취업요건(이미지 크게 보기)>

서류전형=대부분 학교성적과 공인어학성적(TOEIC.TOEFL 등)을 종합해서 본다. 두 부문의 성적을 절반씩 섞어 최종 선발인원의 약 10~20배를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한국 마사회처럼 서류전형에서 50배를 선발해 응시 기회를 주는 공기업도 있다.

합격을 위해선 평균 B학점 이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저학년 때부터 학점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공인어학성적은 최대한 고득점을 올리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정보.통신.사무관리 분야의 자격증도 취득하면 좋다. 자격증 여부는 면접시험에서 기업 담당자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필기시험=최종 선발인원의 1.5~5배를 뽑는 경우가 많다. 만약 최종 인원의 3~5배를 선발하면 면접시험이 센 공기업으로 볼 수 있다. 필기는 90% 이상의 공기업이 외주를 준다. 대학교수나 전문연구기관이 출제하는 것이다. 시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므로 단순 용어정리식 학습보다는 기출문제를 훑어본 뒤 기본기를 다지는 학습이 필요하다.

시사상식은 6개월 이내의 이슈들이 많이 출제된다. 시사책 및 신문을 꾸준히 읽는게 좋다고 한다. 전공은 경제학, 법학 전공자가 아니면 행정학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수준은 7급 공무원 시험 정도라고 한다. 최근엔 논술을 채택하는 공기업들이 늘고 있다. 2문제 중 1개를 택해 1시간동안 1천자 내외로 작성하는 식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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