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홍회장 사퇴로 '걸림돌' 사라진 기아…노조반발 무마가 남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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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의 전격 퇴진으로 1백일 넘게 표류해 온 기아사태가 본격적으로 해결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金회장이 끝내 버티면서 노조세력과 한 배를 탈 경우에 대한 우려는 일단 가신 셈이다.

법정관리가 결정된 이상 金회장의 퇴진여부는 사실 시간문제였다.

최근 들어 기아내에서조차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요구가 나올 만큼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데다 검찰의 내사발표가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한 공기업화 방침을 내세우는 바람에 기아측의 3자인수 거부명분도 없어져 버렸다.

임원들뿐 아니라 종업원 대책위원회까지 "회장이 내놓은 카드가 없지 않으냐" 며 사퇴압력을 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자동차는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기아자동차.기아자동차판매의 대책위는 이같은 압력이 담긴 요구서를 金회장에게 전달했다.

일반종업원들도 사석에서 '金회장 사퇴' 목소리를 공공연히 높여 왔다.

金회장의 향후거취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사퇴로 끝날지, 아니면 이에 관계없이 검찰내사가 본격 수사착수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의 문제는 金회장 퇴진 이후 정부와 새 경영진이 기아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 하는 점이다.

기아 내부와 협력업체에서는 정부의 법정관리 방침에 찬성하는 의견이 점점 늘고 있지만 노조 핵심부와 민주노총은 여전히 강경한 분위기다.

기아 정상화 여부가 노사관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첫번째 수순은 새로운 경영진이 어떻게 짜여지느냐다.

이종대 (李鍾大) 기아경제연구소장은 金회장 회견 직후 "다른 경영진의 거취는 미정"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아의 한 임원은 "사장단과 주요임원들 대부분이 '金회장 사람들' 이기 때문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을 뿐더러 채권단에서도 가만 두겠느냐" 면서 "정부나 채권단이 종업원들의 불안감과 충격을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느냐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새 경영진이 들어선다 해도 노조가 파업등을 강행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특히 기아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등 외부지지세력들과의 연계가 심각한 걸림돌이다.

새로운 경영진과 채권단이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도 관건의 하나다.

金회장체제가 벌여 놓은 문제들을 새 경영진이 수습하는 강도나 수위 (水位)가 돈을 대는 채권단의 기대에 상응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경영표류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현곤.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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