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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봤습니다] 최은혜 기자의 어학원 레벨테스트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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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언어영재교육원에 합격한 남윤진(초림초6)양과 본지 최은혜 기자가 주요 어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체험해 봤다. 다행히 양호한 성적을 받았지만 초등학생 시험 치고는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② 우수한 영어 실력을 인정받은 윤진양도,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기자도 어려운 시험에 애를 먹었다. ③ 대부분의 학원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말하기 영역을 평가했다. 영어 말하기 능력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가 반영된 듯하다. [최명헌 기자]

‘내 아이의 영어 실력은 과연 몇 등급일까’. 엄마들은 언제나 궁금하다. 때로 아이의 성적은 엄마의 자존심이 된다. 학원에서 원생의 반 배정을 위해 실시하는 시험, 소위 ‘레벨 테스트’에 엄마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시험을 치러야 하는 아이들의 부담은 커지고 결과를 앞에 둔 아이들은 주눅이 든다. ‘레벨 테스트가 뭐기에?’ 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최근 경기외고 언어영재교육원에 합격한 남윤진(12·초림초6)양과 함께 동일한 조건으로 유명 어학원 네 곳의 시험을 치렀다. 윤진이는 조기 유학이나 어학 연수 없이 순수하게 국내에서만 영어 실력을 쌓아 온 학생. 특별한 이력은 없지만 언어영재로 선발될 만큼 실력은 뛰어나다.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영어를 잘한다지만 초등학생용 시험인데…. 윤진이보다 성적이 낮기라도 한다면….” 기자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기자는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고, 한때 토익 성적 930점(990점 만점)을 받았다. 반면 윤진이는 매우 덤덤했다. “시험 보는 거 싫지 않으냐”고 묻자 “재미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수능 외국어영역과 비슷한 유형·난이도

첫째 날. 먼저 아발론의 시험을 봤다. A 타입 테스트를 치른 뒤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다시 B 타입 문제를 풀게 된다. 처음 20개 문제는 듣기 평가다. 그림을 알맞게 묘사한 것 고르기, 어색한 대화 고르기, 대화 내용을 듣고 특정 정보 알아내기 등의 문제가 나왔다. 토익과 유형이 비슷했다.

이어 말하기 평가에서는 원어민 강사가 들어왔다. 기자에게 “만약 이미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Um…, I have no idea. I….” 더듬더듬 겨우 답변했다. 윤진이는 “제일 약한 부분인 문법이 좀 어려웠다”며 “문제지에 낙서하지 말라고 해서 듣기 문제를 풀 때 노트 테이킹을 못한 것도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

채점 결과 두 사람 모두 B 테스트 응시가 결정됐다. 역시 듣기 평가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지문도 길어졌다. 토익 시험의 듣기 영역 중에서도 중간 이상 수준의 문제와 체감 난이도가 비슷했다. 나머지 어휘·문법·독해 영역 문제도 사정은 마찬가지. 수능 외국어영역 문제보다 조금 쉽거나 비슷한 정도였다.

시험을 보고 난 윤진이의 반응도 아까와 사뭇 달랐다. 울상인 얼굴로 “너무 어려웠다”며 “낮은 레벨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김숙경(4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가 “점수 낮아도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윤진이를 다독였다.

생각보다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총11개 등급 중 기자는 1등급, 윤진이는 3등급이 나왔다. 아발론 미금초등캠퍼스 윤정미 부원장은 “레벨 테스트 뒤 90% 정도의 학부모들이 결과에 불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기대보다 낮은 등급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 데이터를 제시하며 진단해주면 수긍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동화·소설에서 출제한 독해 지문 생소

이어 찾아간 곳은 정상어학원. 이곳에선 말하기 평가를 위해 폰패스(전화 영어 프로그램)를 활용했다. 전화기를 통해 문제를 듣고 답을 말하면 성적을 산출해 준다. 일반적인 원어민 인터뷰와는 다른 진행 방식이었다.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는 문제, 들려주는 어구들을 머릿속에 기억했다가 순서에 맞게 배열해 말하는 문제 등이다. 속도가 무척 빨라 알아듣기도 힘들 뿐더러 들은 내용을 기억해 두었다 다시 말한다는 게 무척 어려웠다. 윤진이 역시 “말하는 내용이 순식간에 지나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듣기·어휘·문법·독해·쓰기 영역 지필고사. 듣기는 지문을 두 번 들려줘 비교적 수월했다. 문제지에 메모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엔 어휘와 독해가 난관이었다. 기자는 ‘synonym(동의어)’, ‘antonym(반의어)’을 찾으라는 문제는 거의 ‘찍었다’. 또 익숙했던 인문·사회·과학 지문이 아닌 동화·소설 등 문학 지문의 등장에 당황했다. 단어는 쉬운데 어구가 의미하는 문맥적 의미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윤진이가 먼저 문제를 다 풀고 기다렸다. “벌써 다 풀었냐”고 묻자 “많이 찍었다”고 말했다. 어휘와 문법 부문이 가장 어려웠단다.

다시 긴장되는 성적 공개의 시간. 이번에는 기자와 윤진이 모두 최고 등급에 속하는 점수가 나왔다. 폰패스 점수는 기자가 43점, 윤진이가 38점이었다. 정상JLS 분당 CHESS관 이수민 팀장은 “삼성 공채시험의 폰패스 커트라인이 42점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영역의 점수를 비교해 보니 독해 점수만은 윤진이가 기자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다.

언어 영재원 입학 시험보다 더 어려워

둘째 날은 토피아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 시험도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영작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문장을 만드는 문제부터 주제를 정해 하나의 완성된 글을 쓰는 문제까지 출제됐다. 자신 없는 답안이지만 머리를 쥐어짜 최선을 다해 작성했다. 그러자 다음은 원어민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한 대화 형식이 아니라 질문자가 제시하는 조건과 문법에 맞게 말로 대답을 해야 했다. 두 가지 그림의 다른 부분 설명하기, 그림을 보고 순서에 따라 일어난 일 말하기와 같은 문제가 제시됐다. 윤진이는 “문법에 맞게 말하라고 하니까 표현도 생각이 안 나고, 문제가 뭐였는지도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듣기·어휘·문법·독해 문제는 총 100문항. 난이도는 평이했지만 문제 수가 많아 끈기와 집중력이 필요했다. 윤진이가 “이번에는 듣기 문제가 복잡해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채점 결과는 기자가 첫째 등급, 윤진이는 위에서 셋째 등급이었다. 이번에는 윤진이가 에세이 쓰기에서 기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치른 최선어학원의 레벨 테스트에서도 듣기·어휘·문법·독해·쓰기를 평가받았다. 총 65개 문항 중 55개 이상을 맞힐 경우 2, 3차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윤진이는 1차 시험에서 총점이 기준선에 못 미쳤으나 듣기·쓰기 점수가 월등히 높아 3차 평가를 받았다. 결과는 최상위 반에 해당하는 등급이 나왔다.

시험을 모두 마친 뒤 어머니 김씨는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김씨는 또 “아이가 기존에 다니던 학원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시험을 보면 한 단계 정도 낮게 나온다는 얘기를 주변 엄마들로부터 많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윤진이는 “경기외고 언어영재교육원 선발 시험과 비교하면 학원 레벨 테스트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이게 정말 초등학생용 시험이 맞나’ 의심하며 전력을 다해 응시해야 했다.

최선어학원 스티브 정 연구소장은 “레벨 테스트는 실력이 부족한 학생부터 수준이 매우 높은 학생까지 평가해 반을 나누기 위한 시험”이라며 “변별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문제들이 출제되고 대부분의 학생이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글=최은혜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어려웠던 레벨 테스트 문제

(1)Choose the incorrect pair of sentences.

①I didn’t hear the phone; otherwise, I would have answered it.

=If I had heard the phone, I would have answered it.

②If I should see them, I’ll give them your message.

=Should I see them, I’ll give them your message.

③This sounds like a good chance. If so, you should take it.

=If you think it is a good chance, you should take it.

④Without your help, I couldn’t have done this project.

=If you didn’t help me, I couldn’t have done this project.

(2)다음 빈 칸에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_____________ volleyball is her main focus, she’s also great at basketball.

①Unless ②Because ③Since ④While ⑤But         <정답은> (1)④, (2)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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