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모임]서울시 어머니합창대회 대상 금천구립합창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대상에 금천구립합창단 - ." 지난 24일 오후5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제26회 서울시 어머니합창경연대회의 대상팀을 알리는 사회자 멘트가 흘러나오는 순간 금천구립합창단원들은 너나 할것없이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영광을 차지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역경과 아픔이 북받쳤기 때문이었다.

95년3월 금천구가 구로구에서 분구되자 구로구립합창단원중 금천구민 25명이 떨어져 나오면서 결성된 금천구립합창단. 하지만 구청사도 셋방살이하는 어려운 처지라 구에 지원을 요청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단지 '노래가 좋아서' 모인 주부들은 삼고초려끝에 전평화 (全平和.52) 씨와 심선희 (35.여) 씨를 지휘자와 반주자로 각각 초빙하는데 성공했고 대원도 어느덧 43명으로 불어났다.

이같은 열성에 구에서도 조금이나마 지원을 약속, 같은해 6월 정식으로 구립합창단이 발족하게 됐다.

그때부터 주1회 월요일 오후2시면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여 호흡을 맞춰갔다.

하지만 환경은 너무 열악했다.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어 예식장.교회.학교 강당등을 전전해야 했다.

절반 이상이 맞벌이 주부인 것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막내인 박미숙 (31.유치원 교사) 씨가 어떤 핑게를 대서라도 연습에 참가하는등 열성을 보이자 다른 직장인들도 흔쾌히 이에 동참했다.

덕분에 창단 첫해인 95년 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십수년된 쟁쟁한 다른구 합창단을 물리치고 당당히 입상한 것. 하지만 자만해서 일까. 지난해엔 합창도중 틀리는 바람에 예선탈락하고 말았다.

다시 겸손하게 시작했다.

전공자가 한명뿐인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자는 지휘자의 말을 곱씹으며 서로의 맘을 모두었다.

대회 전날까지 떠돌이 연습을 해야했던 합창단의 고충이 묻어나선지 심사위원 5명은 이날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여했다.

총무 이현숙 (李賢淑.46) 씨는 "상금 2백만원으로 양로원.고아원등을 방문해 노래 위문을 펼칠 계획" 이라며 "지난 연말 장애인학교를 방문했을 때 노래를 따라부르던 모습을 잊을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 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