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3년동안의 자숙기간 털고 대외활동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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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6일로 50회 생일을 맞은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3년간의 '조신함' 을 벗고 보다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모색, 눈길을 끌고 있다.

힐러리는 최근 어린이 복지문제를 중심으로 각종 행사및 TV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등 눈에 띄게 활약을 재개했다.

또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과 활동도 부쩍 늘어 11월에는 시베리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등을 열흘간 순방한다.

'힐러리의 부활' 로 비유되는 이같은 움직임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에 대한 그녀의 시각 변화와 함께 심경 변화 때문이라는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더불어 바닥을 헤매던 힐러리의 인기도도 지난 93년 이래 최고인 59%로 급상승, 그녀의 자신감을 더해주고 있다.

힐러리는 클린턴 당선 초기인 92, 93년 과감한 의료개혁을 추구하다 실패, 쓰라린 좌절감과 함께 '그림자 대통령' 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또 화이트워터 사건은 그녀를 결정적으로 위축시켰으며 지난해 대선때도 "나서지 말라" 는 백악관 참모진의 의견에 따라 줄곧 다소곳한 '여필종부' 의 이미지 심기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인기만회에 성공한 힐러리는 나름대로의 퍼스트레이디 상 (像) 을 가다듬고 이를 소신껏 추구키로 마음먹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소임은 그늘진 계층을 어루만진다는 것. 그러나 접근방법은 과거와 차이가 있어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해당분야의 아픔을 호소하는, 보다 소극적이고 여성스러운 역할만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지뢰피해등을 국제사회에 호소, 큰 반향을 일으켰던 다이애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최근 딸 첼시가 스탠퍼드대에 진학하면서 집을 떠나자 마음이 허해진 것이 그녀를 밖으로 나가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힐러리 몰래 워싱턴의 한 호텔에 딸 첼시와 축하객 1백여명을 모아놓고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는등 다정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지천명 (知天命)' 을 맞은 힐러리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나갈지 궁금하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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