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를 요리하라] “비빔밥이 한식 세계화 메뉴 0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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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식은 요즘 새로 뜨는 요리(emerging cuisine)지만, 진정한 세계화를 원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싱가포르 최고의 요리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프 미겔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앳-선라이스 글로벌 셰프 아카데미’의 대표(CEO·사진)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호주 등 세계 25개국 출신 학생들에게 ‘글로벌 퀴진’을 가르친다. 3대를 이어온 요리사 집안 출신으로 프랑스 국가훈장까지 받은 ‘정통’ 프랑스 요리 마스터 셰프다.

-할 줄 아는 한국 요리가 있나.

“ 한국에서 일할 때 동료들에게 배워가며 비빔밥·불고기·김치 등과 각종 국(Soup)을 만들어 봤다.”

-맛과 향이 강한 한국 음식도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요즘은 서양인 가운데도 아시아의 매운(spicy)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맛이 강하다는 건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 그러니 서양인 입맛에 맞춘다는 뜻에서 괜히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김치를 만들지 마라. 세계화에 앞서 고유의 정체성을 지킬 방법부터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만 고집하면 대중화가 힘들지 않을까.

“외국인에게 정통 한식을 제대로 먹는 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한식에는 항상 기본 밑반찬이 나온다. 한식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그걸 서양식 전채로 여겨 다 먹는다. 그러곤 배가 불러 정작 주 요리는 하나도 못 먹는다. 이런 간단한 것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야 한다.”

-한국 요리 중에서 세계화가 가능한 것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비빔밥이다. 밥은 이미 서양인에게 익숙한 식재료다. 거기다 비빔밥은 한국 음식 고유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뜨겁고, 맵고, 향기가 진하며 재료의 질감이 살아 있다. 각자 취향대로 비벼 먹는 방식도 매력적이다.”

싱가포르=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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