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병폐 캐내는 신문 추적보도 기능 인터넷신문은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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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경제 전문 통신사 블룸버그의 앨버트 헌트(사진) 워싱턴 편집장은 23일 칼럼에서 “미국 신문 산업의 경제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신문 산업의 위기는 민주주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뉴욕 타임스(NYT)의 현재 시장가치가 6억3500만 달러(약 8800억원)로 급감해 전성기 때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신문 산업의 위기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것이다. “주요 신문의 영향력 감소와 재정상황 악화는 사회적 병폐에 대한 추적보도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헌트는 인터넷을 통한 뉴스 공급이 신문의 전통적 기능을 대체하고 있지만 아직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만 그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개선을 이끌어내는 기능에선 인터넷이 신문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수년 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 최고의 재활센터인 월터리드병원에 입원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자들의 열악한 수용 실태를 고발했다. 해당 보도는 9개월간의 추적 취재 끝에 나온 것으로 미군 병원의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이 이 같은 추적보도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렇다고 신문이 그동안 지면을 통해 거뒀던 광고 수입을 인터넷 광고로 보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같이 인터넷과 종이신문 부문 간의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거나 정부 지원 등 다양한 대안 마련이 절실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가의 뜨거운 감자인 극우 성향의 논객 러시 림보의 얘기도 꺼냈다. 림보는 라디오 프로그램 ‘러시 림보 쇼’를 통해 라디오 정치 토크쇼란 장르를 개척한 거물 방송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퇴임 이후 ‘공화당의 실질적 대표’라는 평을 듣고 있다.

헌트는 림보가 미국 사회에서 비교적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NYT를 적대시하고 있으나 실제론 NYT의 구독자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병철 기자

◆앨버트 헌트(67)=2005년부터 미국 경제 전문 통신사 블룸버그의 워싱턴 편집장(Executive Editor for Washington)을 맡고 있다. 웨이크포리스트대를 졸업했으며 1965~2005년 경제 전문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일했다. 경제 일간지와 통신사에서 정치 전문 기자로 명성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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