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정국…반격 나선 이회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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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영수회담 거부로 청와대와 일전 (一戰) 을 선포했던 이회창 (李會昌) 총재를 비롯한 신한국당 주류측은 25일 박범진 (朴範珍) 전총재비서실장의 폭로로 볼 때 사실상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이회창 죽이기' 에 나섰다고 판단된다.

이날 오후 李총재가 주재한 긴급대책회의에서는 金대통령과 조홍래 (趙洪來) 청와대정무수석이 몇몇 주류측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탈 (脫) 이회창' 을 종용한 사실이 보고됐다.

참석한 당직자들과 특보들은 이에 미루어 강삼재 (姜三載) 전사무총장과 朴전실장의 폭로에는 청와대측이 깊이 개입했다고 분석했다.

한 인사는 "92년 YS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서울의 민정계 중진 K의원에게는 YS가 직접 전화를 걸었고 경기지역의 초선 K의원에게는 趙수석이 전화로 '이회창을 돕지 말라' 고 압박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 전했다.

李총재의 측근의원은 "청와대는 李총재에게 더 큰 타격을 가하는데는 민주계보다 민정계 의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계산해 朴의원을 동원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측근의원들은 "이제 金대통령의 의도는 명백히 드러났으며 李총재는 YS와의 전쟁을 강도높게 수행할 것" 이라고 말했다.

李총재 진영과 김윤환 (金潤煥) 선대위원장그룹등 주류측 세력은 정면으로 응전하되 맞폭로는 자제하고 계획된 체제강화를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朴전실장의 해당행위 (주류측 주장) 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후보사퇴 촉구서명에 대처하기 위해 당기위 체제의 정비를 구체화하고 있다.

주류측은 24일 위원장 1백55명의 李총재 지지대회에 이어 대세몰이의 2탄으로 27일 서울지역 (오후3시) 과 국책자문위 (오전11시) 의 대선필승결의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윤원중 (尹源重) 총재비서실부실장은 "참석하지 않는 비주류 위원장은 제쳐놓고 대회를 통해 주류의 결속을 강화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진영이 당기위 정비를 추진하고 나서 여당내분에 출당 (黜黨) 이라는 야당싸움의 전통적인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당기위는 의원 7명.원외위원장 3명.중앙위원 1명.사무처국장 2명등 모두 13명. 위원장인 이응선 (李應善.홍천 - 횡성) 의원은 李총재와 경기고 동기동창. 李총재측은 위원중 4명정도가 비주류라고 분석하고 李총재가 김태호 (金泰鎬) 신임사무총장과 상의해 다음주초 일부 위원을 교체할 방침이다.

한 당직자는 "비주류의 공세를 물리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일단 당기위 체제를 조속히 갖춰놓은 뒤 소집여부는 상황을 봐 결정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소집된다면 朴전실장의 폭로행위가 의제 1호가 될 것은 분명하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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