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결핵환자 사망률 미국의 100배라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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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침과 가래가 심해 병원을 찾은 M씨(32). 객담 검사 결과 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달여 기침을 했지만 감기가 오래간다고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생각해 보니 피로와 미열도 있었다. 역시 과로 때문이라고 넘겨짚었던 것이다.

24일은 결핵의 날이다. 결핵을 후진국 병이라고 무시했다간 큰코다친다. 결핵의 날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특히 결핵 환자는 경제가 어려울 때 증가한다. 스트레스와 영양 결핍에 의한 면역력 저하가 배경이다. 젊은 층의 환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도 의외다. 최근 전남대병원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호흡기내과에서 결핵 환자로 분류된 2863명을 분석했다. 이 중 29.2%(835명)가 20~30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권용수 교수는 “스트레스·다이어트 등으로 체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젊어도 결핵균에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이들은 사회활동이 활발한 만큼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새로 결핵에 걸린 환자는 3만4710명으로 발병률이 일본보다 2.8배, 미국보다 17.4배 높다. 사망률은 일본보다 2.5배, 미국보다 무려 100배 이상 높다.

결핵은 생후 12개월 이내에 BCG 접종으로 대부분 예방된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약 80%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엔 74% 정도다.

결핵균은 환자가 기침을 할 때 비산된 균이 공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결핵에 감염됐다고 모두 병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감염자의 10% 정도가 환자가 된다. 이 중 50%는 감염 후 1~2년 안에, 나머지는 면역력이 감소할 때 발병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2주 이상의 기침과 가래·피로·미열·체중감소·식욕부진 등이다.

결핵은 항결핵제만 꾸준히 복용하면 완치된다. 약을 복용하고 2주가 지나면 감염 우려가 없으므로 굳이 격리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약을 중단하는 것이다. 결핵균이 약에 내성을 갖게 되면 치료가 불가능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대한결핵협회와 한국릴리는 결핵의 날을 맞아 ‘희망의 풍선, 다함께 3·2·1 결핵 ZERO!’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3·2·1이란 ‘국민 3명 중 1명은 결핵 보균자로, 20대에 발병률이 높으며, 1차 치료만 확실히 받는다면 결핵을 퇴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22일엔 올림픽공원에서 1000명이 참가하는 자전거 마라톤대회를 열어 결핵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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