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 건강이상 은폐하다간 득보다 실…뉴욕타임즈 구체적 사례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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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코카콜라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미 기업사회에서 최고경영자의 건강 이상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심거리로 대두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9월초 고이주에타 회장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처음 밝혔고 그는 이로부터 불과 한달여만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이번 경우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이는 코카콜라의 기업경쟁력이 워낙 강하고 또 오래전부터 2인자로 여겨져온 더글러스 이베스터라는 확실한 후계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례적' 결과라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몇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해리 헴슬리는 최고경영자의 건강 이상을 은폐하려다 오히려 기업을 망친 경우. 지난 88년 뇌에 이상이 생긴 헴슬리는 가족들에게 이를 숨기도록 요구, 최근까지도 이를 감춰왔다.

그러나 소문이 퍼지면서 종업원들은 흔들리고 기업은 여러가지 송사에 휘말리기 시작했으며, 단골 고객들도 하나둘씩 거래선을 바꿔나갔다.

이 결과 헴슬리 왕국은 붕괴위기에 직면했다.

최고경영자의 건강이상이 내부 경영진의 갈등으로 비화된 경우도 있다.

타임사와 워너사가 지난 90년 합병해 세운 타임워너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븐 로스 (워너사 출신) 는 91년말 암에 걸렸다.

타임사측의 최고관리자였던 니콜라스 주니어는 이를 계기로 권한강화를 추진했지만 로스는 오히려 니콜라스의 경쟁자인 제랄드 레빈과 손잡고 니콜라스 축출 작업에 나섰다.

로스는 지난 92년말 사망하기전 니콜라스 축출에 성공했고 최고경영자 자리를 레빈에게 넘겨주었다.

월트 디즈니는 후계구도를 순리대로 짜지 않다 손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 94년 프랭크 웰스 회장이 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사망한 후 자리를 물려받은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도 취임 2개월만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문제는 아이스너 회장이 수술후 복귀하면서 불거졌다.

이사회는 사내 실력자였던 제프리 카첸버그를 후계자로 지명토록 했으나 아이스너는 이를 반대했고 카첸버그는 결국 디즈니를 떠났다.

아이스너는 거액의 돈을 주고 마이클 오비츠를 후계자로 영입했지만 그와도 틀어져 디즈니는 값비싼 댓가를 치러야 했다.

전문가들은 건강이상등 최고경영자의 신변이상은 가능한한 빨리 알려야하며 흔들림을 막기위해 후계자를 키우는등 사전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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