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비해 주가 싸 … 지금처럼 좋은 기회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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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모두가 비관에 젖어 있을 때 투자하고, 낙관론이 넘칠 때는 시장에서 발을 빼야 한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앤드루 애슈턴(사진) 대표는 지난해 7월 작고한 전설적 투자자 존 템플턴경의 투자 철학을 소개하며 “지금 같은 좋은 기회는 드물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회사는 1997년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대표 펀드인 그로스펀드는 지난 1월 11일자로 출시 10주년을 맞이했다. 그가 현 시점을 투자 적기로 보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한국만큼 산업 기반이 탄탄한 국가를 찾기 힘들고, 세계 경제가 기지개를 켜면 한국이 가장 먼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둘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일 정도로 주식 가치가 기업의 실체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외신에서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데.

“주가가 바닥을 쳤는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누구도 하기 힘들다. 다만 우리는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싸다고 보고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지금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물론 간혹 등락은 있을 수 있다. 역사를 뒤돌아 보았을 때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는 있었다. 물론 지금 상황이 예전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시장은 반드시 움직일 것이며 좋은 투자 기회가 발생할 것이다.”

-기업 이익이 축소되는데도 주가가 싸다고 볼 수 있는가.

“12개월 미래 추정 이익을 기준으로 따지면 현재 한국 주가는 과거 평균 수준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덕분에 한국 대기업들은 이익을 낼 것이다. 또 한국 기업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투자에 앞서 먼저 자신의 재무 상태를 감안해 투자기간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5년 간 장기 투자일 때는 위험자산에 투자해도 되지만, 6개월 미만의 단기 투자일 때는 원금 손실 우려가 없는 안전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환헤지 펀드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를 어떻게 하나.

“선진국에서는 펀드 차원에서 환헤지가 이뤄진다. 즉 환헤지는 펀드매니저의 재량권에 속한다. 전문가들이 환헤지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다. 또 해외 펀드 중 상당수는 아예 헤지를 하지 않는다.”

애슈턴 대표는 개인적으론 환노출 펀드를 선호한다고 털어놓았다. 해외 주식뿐 아니라 해외 통화에도 투자하는 게 분산투자 측면에서 좋기 때문이란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모든 해외 펀드를 설정할 때는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을 동시에 출시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혀줬다.

그는 요즘 원자재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원자재 펀드를 전략상품으로 선택했다.

-왜 원자재에 투자해야 하는가?

“해외 원자재 펀드는 한국 투자자들이 직접 접하기 힘든 원유·천연가스·금·광물 등 각종 원자재와 관련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분산투자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지만,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점이 더 매력적이다.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할 때 현재 40달러대는 너무 싼 편이다. 원자재 펀드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반드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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