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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을 파는 밥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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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콘서트를 아시나요.” 태조산 자락의 음식점 ‘들꽃’ 이미경 사장은 매달 마지막 목요일 자신의 업소에서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조영회 기자]

6년 전 천안시 유량동 태조산 자락 한울타리 안에 ‘들꽃’과 ‘은소반’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음식 맛도 그만이지만 수려한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정취가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 일으켜 입 소문을 듣고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
 그런데 ‘들꽃’의 고기 맛과 ‘은소반’의 퓨전한정식, 그리고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주변 풍경에 빠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입과 눈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 집 주인은 누굴까.

 ‘들꽃’과 ‘은소반’의 사장은 한 사람 이미경(50)씨다. 평소 자신이 주인임을 잘 내세우지 않는 그녀가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연다.

 “평소 취미가 같은 남편(김충호·54·치과의사)과 함께 하우스콘서트의 원조 격인 박창수씨의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어요. 연주자의 숨결과 관객의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에 푹 빠졌죠.”

 이씨는 어느 날 자신의 음식점에서 콘서트를 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우선 ‘은소반’ 내부 구조를 일부 뜯어내고 무대를 만들었다. 콘서트를 위해 꽤 비싼 피아노도 들여 놓았다.

 그리고 잘 알고 지내던 음악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의 뜻에 공감한 백석대 신정혜 교수(소프라노)가 적극 나서 주었다. 같은 학교 박성민 교수(플릇)와 곽미현 백석문화대 교수(피아노), 전성분 대전시향 부수석(바이올린) 등이 첫 무대에 서주기로 약속했다. 그렇지만 콘서트를 준비하는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 남편과 언니(이종민·55·이화여성병원장)는 자칫 장삿속으로 비쳐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냥 그 동안 찾아준 손님들이 고마워 보답하고 싶을 뿐 이예요. 음식 값을 안 받는 건 아니지만 하루 장사 안 한 셈 쳐야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녀는 이날 공연을 위해 예약 손님을 30~40명으로 제한했다.

 누가 물으면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밥장사’라고 말한다. 이씨는 평소 음식은 문화이고 종합예술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들깨 수제비에 직접 재배한 천년 초를 넣어 파는 유난을 떠는 것도 밥 장사로서의 자부심 때문이다. 입은 물론 눈과 코 등 오감을 만족시켜야 소중한 식사시간이 행복해 진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이씨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밤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들꽃 작은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콘서트를 즐기고 와인을 나눌 생각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그녀는 문화와 예술을 파는 밥장사다. 공연문의: 522-0580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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