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MBC 뉴스 심층 보도 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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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공영방송의 교과서로 통하는 영국 BBC나 일본 NHK에 비해 한국 공영방송은 뉴스의 심층성 면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슈를 깊이 있게 가공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사실 나열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호진 책임연구원 등은 23일 발표한 '한국.영국.일본 공영방송 저녁 종합뉴스 비교 분석' 보고서에서 이렇게 결론내렸다.

연구진은 KBS.MBC와 BBC.NHK가 올 5월 31일~6월 11일 내보낸 저녁 메인뉴스를 분석했다. 공영방송의 메인 뉴스가 그 나라 TV 저널리즘의 수준을 나타내는 시금석이라는 전제에서였다.

분석 결과 이 기간 중 KBS의 전체 보도 건수는 284건으로 BBC(148건)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MBC는 267건이었다. 양적으로는 단연 외국 공영방송들을 압도했다. 기사별 평균 보도시간에 있어서도 KBS가 건당 1분25초였고 MBC는 1분31초였다. 반면 NHK는 기사 한 건당 평균 2분19초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브리핑 등의 인용 시간에 있어서도 KBS는 평균 8.5초로 가장 짧았고 MBC는 9초였다. 이에 반해 NHK는 25.3초로 발언자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시간을 배분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현대 저널리즘의 위기를 진단케 하는 수치 중 하나가 인용 시간의 축소"라며 취재원의 발언 의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것은 기사의 성격이었다. 분석 결과 MBC의 스트레이트(사실 보도) 비율은 91%였으며 심층 보도 비율은 9%였다. 반면 BBC는 사실 전달(31.1%)이 심층보도(68.9%)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뉴스의 대부분을 기획.심층 보도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윤호진 책임연구원은 "한국 공영방송은 백화점식 나열 보도엔 강했지만 심층성에선 크게 취약함을 드러냈다"며 "인터넷 등에 속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은 사실을 가공.분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달식 보도에 치중하는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는 전통적인 공영방송보다는 미국식 상업방송의 모델을 따온 것"이라며 "방송사 측의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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