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Only Hope ③ 숙명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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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마오

“저하고 아사다 마오(19·일본)는 어떻게 해서 같은 시기에 태어났을까요. 아마도 이런 숙명은 없겠죠.” 평소에 아사다에 대해서 언급을 거의 하지 않던 김연아가 지난해 대뜸 이런 얘기를 했다. 세계 정상을 다투는 자신과 아사다가 서로 많이 닮았다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김연아의 생년월일은 1990년 9월 5일. 김연아가 경기도 군포에서 태어난 지 꼭 20일 뒤에 일본 나고야에서 아사다가 태어났다. 이처럼 불과 20일 차이밖에 안 된다는 점 말고도 김연아와 아사다는 닮은 점이 너무도 많다.

#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닮은꼴’

주니어 시절부터 일찌감치 세계 정상을 다퉜고 시니어에 입문한 이후에도 줄곧 시상대에서 1, 2위를 놓고 경쟁해올 정도로 정상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실력뿐 아니라 체격도 쌍둥이로 착각할 정도로 너무 비슷하다. 김연아의 키는 164㎝, 아사다는 163㎝. 기록상으로는 김연아가 1㎝ 크지만 나란히 서 있을 때는 누가 더 크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키 높이가 수평을 이룬다. 체중 역시 둘 다 45㎏에서 50㎏ 사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겉으로 김연아는 늘씬하고 마른 듯한 반면, 아사다는 뼈가 굵고 다소 통통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는 게 약간 다를 뿐이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스타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김연아는 스포츠스타를 뛰어넘어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했고, 아사다는 일본을 대표하는 피겨스타로 성장했다. 모두 세계 정상의 기량에다 아름다운 용모를 겸비한 덕분이다.

# 쾌활 vs 조용-정반대 성격

김연아

이처럼 닮은 점이 많은 두 스타이지만 다른 점도 많다. 우선 성격적으로 김연아와 아사다는 사뭇 다르다. 단정한 외모이지만 김연아는 소탈, 쾌활하고 외향적이다. 선머슴 같은 면이 있다. 반면 아사다는 조용하고 귀여우며 여성스럽다. 성격도 내성적이다. 김연아가 ‘엽기적인 그녀’를 연기한 전지현의 캐릭터를 닮았다면, 반대로 아사다는 ‘중천’을 연기한 김태희의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런 면은 국제대회 때 기자회견에서 엿볼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원스럽게 자신이 생각하는 점을 쏟아낸다. 엉뚱한 질문에는 허리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반면 아사다는 수줍은 새색시같이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한다.

2007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때의 일이다.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내가 선수들 버스에 오르면서 아사다를 향해 “아쓰이네(덥네요)”라고 말을 건넸다. 일본어를 조금 알고 있는 김연아는 ‘사무이(춥다)’와 ‘아쓰이(덥다)’를 구분하지 못한 나를 두고 연방 큰 웃음을 터뜨린 반면 아사다는 여성스럽게 방긋 웃고 만다. 속으로는 “이분이 왜 덥다고 했을까”라고 곱씹는 표정이었다.

# 훈련 여건은 하늘과 땅 차이

김연아와 아사다는 성격이나 스타일 말고도 자라온 스케이팅 환경이 너무 다르다. 김연아가 척박한 한국의 피겨스케이팅 인프라 속에서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한 ‘개천의 용’이라면 아사다는 이미 90년대 세계정상권으로 자리 잡은 피겨 선진국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자랐다.

국내 링크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김연아는 이곳저곳 아이스링크를 떠돌며, 그것도 대관시간이 맞지 않아 밤 10시 넘어 훈련을 시작해 새벽에야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올빼미’ 생활을 계속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땅한 훈련장이 없어 애를 먹은 사실을 피겨 팬들은 모두 안다.

반면 아사다는 최근 일본미디어 보도에서도 보듯이 200억원가량이 투자된 주코대의 첨단 아이스링크에서 100여 개 카메라의 영상 분석 서비스를 받으며 훈련하고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이같이 서로 닮고, 닮지 않은 점 때문에 국내외 미디어로부터 서로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도 많은데 굳이 아사다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즉답을 피한다. 김연아의 말처럼 누구를 이기기보다는 선의의 경쟁으로 세계 피겨의 새로운 역사를 써줬으면 한다.

<구동회 ib스포츠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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