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도부, 도피 과정 조직적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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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중앙지검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가 이석행(51·구속) 전 위원장의 도피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17일 밝혔다.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련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이용식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간부 김모(45·구속)씨에게 “이 전 위원장이 수사기관에 체포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 발표에 반대해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김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인 손모(여)씨와 도피 장소를 상의한 뒤 12월 2일 이 전 위원장의 도피처를 전교조 여성 조합원 A씨 집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 전 위원장은 12월 5일 체포됐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2월 6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었다. A씨가 이 전 위원장에게 도피처를 제공한 혐의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김씨와 A씨만 이 전 위원장의 도피에 관여한 것으로 수사기관에 진술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민주노총 지도부는 회의를 마친 뒤 참석하기를 꺼리는 A씨를 술자리에 합석하게 한 뒤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수사 관계자는 “김씨는 A씨의 집에 따라가 성추행을 했고, 성폭행까지 시도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간미수 등 혐의로 김씨를 구속 기소키로 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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