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뮤지컬 빅3의 이유 있는 롱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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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 뮤지컬 전성시대다. ‘김종욱찾기’ ‘헤드윅’ ‘쓰릴미’ 세 편은 공연이 오를 때마다 최소 70% 안팎 객석을 채우며 꾸준히 인기를 끄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300석 내외 소극장 뮤지컬이지만 수익면에선 대형 뮤지컬보다 오히려 짭짤해 ‘블루칩 삼총사’라 불린다. 서울을 넘어 지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 전국구 작품으로 성장했다. 스테디 뮤지컬의 흥행 전략은 용의주도했다.

최민우 기자


‘김종욱 찾기’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있는 법. 제작사는 이에 착안해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작품에 녹여냈다. 뮤지컬 동호회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내 연정을 품을 만한 남자 배우에 대한 호감도를 알아보고, 첫사랑 이미지를 찾아냈으며, 사연을 모았다.

초연을 끝내고는 아예 10여명으로 이뤄진 팬그룹을 만들었다. 이들과의 깊이있는 대담을 통해 작품을 수정해 갔다.

“멀티맨이 너무 산만하다”는 지적에 따라 멀티맨이 소화하는 배역이 줄어들었고, “소극장이라도 음악적 완성도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반영해 편곡 작업을 다시 했다. 더이상 수동적인 관객이 아닌, 자기 손으로 작품을 조금씩 키워간다는 느낌을 확실히 심어주었다. 충성도가 높아짐은 당연했다.

‘헤드윅’

지난해 5월 어느날, 한 예매 사이트에서 전날까지 순위에도 없던 ‘헤드윅’이 갑자기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특정 공연 티켓 오픈날 가끔 벌어지는 풍경이다. 출연 배우를 열렬히 좋아하는 팬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단시간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한달쯤 뒤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배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헤드윅’은 2008년 6개월 공연에 릴레이 시즌제를 도입했다. 김다현-송용진-이석준-김수용-조정석-이주광 등 최근 대학로에서 가장 핫(hot)하다는 남성 배우를 달마다 바꿔 기용하며 팬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었다. 티켓 오픈하는 날이면 4500여 장의 티켓이 한꺼번에 팔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팬들로서도 각각 배우들이 연기하는 ‘헤드윅’이 어떤 색깔을 낼지 궁금해지기 마련. ‘보고 또 보고’식 중복 관람은 이제 ‘헤드윅’ 관람 문화의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쓰릴미’

‘쓰릴미’는 단순하다. 피아노 한 대만으로 반주하고, 출연진도 남자 배우 두 명뿐이다. 하지만 어린이 유괴 살인 사건을 다루는 내용은 충격적인데다 주인공들은 동성애자다. 창고에 불을 지른 둘이 격렬한 키스를 나누고, 서로 연인이 되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계약서를 쓰기도 한다. 여성 관객들은 숨소리까지 죽여가며 이들의 몸을 탐미한다.

여기까진 전형적인 엿보기다. 2막에 접어들면서 극은 반전을 꾀한다. 둘 사이에 묘한 대립각이 세워지며 끈끈한 연대는 대결 구도로 변질된다. 특히 마지막 부분, 치밀한 사전 계획이 있다는 걸 아는 순간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제작사 역시 처음엔 ‘남성적 매력’를 내세우다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자 지적인 ‘심리 게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뮤지컬 초보 관람자나 매니어 양측을 모두 충족시키는, 양수겸장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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