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질환 젊은 여성도 많다…정기검진 통해 예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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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궁을 들어낸 후 웬지 허리에 힘이 없고 조금만 일을 해도 피로가 느껴져요. 여성성을 상실한 것 같아 부부관계때도 위축되고 남편의 눈치를 살피게 되죠. " 지난해 자궁근종으로 인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은 김숙진 (42.서울 홍제동) 씨. 이미 출산을 끝낸 나이라 의사의 권고를 별 생각없이 받아들였지만 여성의 상징인 자궁을 들어낸 후 부쩍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과 함께 언뜻언뜻 남모를 허전함이 엄습해 온다고 했다.

최근 김씨처럼 자궁적출 (摘出) 수술을 받는 여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40~50대의 중년 여성 10명중 한명꼴로 자궁을 들어낸다는 것. 요즘에는 20~30대 여성들 사이에도 각종 자궁 질환으로 인해 자궁적출수술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숱한 여성들이 자궁을 들어낼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자궁근종' 이라는 병. 자궁속 근육층에 혹이 생기는 것인데 이 혹은 대부분 양성이라 혹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천명중 한명은 암으로 발전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선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임신했을 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늘어나면서 혹의 크기가 커져 문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일단 혹이 발견되면 정기검진을 통해 혹의 크기를 세밀히 관찰해야하고,에스트로겐을 억제하는 호르몬 주사 치료로 혹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혹의 크기가 줄어든 뒤엔 혹이 자궁 안쪽 깊숙히 있지만 않다면 혹만을 떼어버리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발견전에 자궁 근종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생리량이 과다해지고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한달에 두세번씩 하혈을 하거나▶혹이 앞쪽 방광을 압박해 소변을 너무 자주 보고▶자궁 자체가 커져서 임신 3개월 정도로 배가 부풀어오르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 경우. 이럴 땐 임신.출산을 앞둔 여성이 아니라면 의사들 대부분이 자궁을 적출할 것을 권유한다.

큰 혹의 제거가 위험하기도 할 뿐더러 자궁전체를 들어내면 중년 여성들에게 자주 발병하는 각종 자궁질환을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박용균 교수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않았지만 최근엔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도 자궁근종이 많이 나타난다" 면서 "1년에 한번씩 초음파 검진을 해서 자궁절제 수준까지 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고 말한다.

하지만 혹의 크기나 위치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궁적출 수술을 받더라도 신체상 큰 이상은 없다는게 박교수의 설명. 다만 난소질환예방을 위해 난소까지 절제했을 경우엔 질의 분비물이 줄어들어 성생활 어려움과 질내 감염등의 문제가 있는데 먹는 약.패치.주사 형태로 된 호르몬 치료를 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흔히 '빈궁마마 중후군' 으로 불리는 심리적인 위축감등의 문제에는 가족간의 따뜻한 배려가 도움이 된다.

한편 자궁근종 외에도 자궁을 들어내도록 만드는 병으로는 자궁내막증과 자궁경부암의 전단계인 이형증 (異形症) 이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의 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을 파고들어가거나 자궁 바깥쪽 난소.나팔관등에 달라붙는 병으로 심한 생리통과 불임등의 증세를 나타낸다.

이 병 역시 예전엔 중년 여성에게나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20~30대들도 많이 걸린다는 것. 전문가들은 자국내막증은 정기적인 세포진 검사를 통해, 이형증은 암검사를 통해 악화되기 전 발견해서 치료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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