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릭 클랩턴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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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아주 오래전 노래라서 요즘은 안부르는 '원더풀 투나잇' 을 불러달라는 강력한 주문을 받고 응낙했습니다. 공연 내용은 언제나 혼자 정하는 저로선 이례적인 일입니다. "

기성세대와 신세대 양쪽으로부터 '꼭 보고싶은 해외뮤지션' 0순위로 꼽혀온 '기타의 신' 에릭 클랩턴 (52) 이 9.10일 첫 내한공연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을 앞두고 7일 내한, 8일 숙소 리츠칼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연내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전반은 어쿠스틱풍이고 후반은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될 것" 이라고만 답변, 자기세계를 고집하는 뮤지션의 면모를 보였다.

"영혼을 적시는 기타솜씨의 비결은?" 같은 예상된 질문에는 "많은 음악을 듣고 떠오른 영감을 전달했을 뿐" 이라 간단히 대답했다.

반면 "일생을 흑인음악 블루스에 바쳐온 이유" 에 대해선 "가장 순수한 음악이고 음정이 내 옥타브에 맞으며 인간의 마음을 소통시켜주는 깊이가 있기 때문" 이라 자세히 답해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30년 음악생활중 가장 슬펐던 때를 질문받자 "지미 헨드릭스.스티비 레이본등 걸출한 블루스맨 친구들이 숨졌을 때" 라며 감정을 드러내기도했다.

그는 "동료들과 다섯살배기 아들의 비명횡사, 약물중독등 여러번 난관에 부닥쳤지만 그때마다 슬픔과 수치심을 이기고 진실된 감정을 음악에 쏟아 극복했다" 고 덧붙였다.

깊이있는 블루스를 선보였던 70년대에 비해 요즘 음악은 힘이 떨어져보인다는 지적에는 "나보다 음악경험이 짧은 평론가들 말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고 받아넘겼다.

그는 "솔직히 한국은 옛날 본 전쟁영화에서 얻은 인상외엔 사전지식이 없었는데 서울이 세련되고 현대적 도시여서 놀랐다" 며 "특히 젊은이들의 개성표현이 강렬해 관심이 커졌다.

회견이 끝나면 압구정거리에 나가 그들과 만나고 싶다" 고 내한소감을 말했다.

이날 회견은 일체 기자회견을 기피해온 클랩턴치곤 매우 드문 자리였다.

레파토리 사전신청등 외국에선 보기힘든 한국인들의 애정에 그는 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답변은 진지했으며 끝에가선 웃음도 터뜨리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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