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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뺀 혼수·결혼식비 1인당 3천6백79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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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랑과 신부가 혼수.결혼식등에 들이는 비용은 집값을 제외하고도 평균 3천6백79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9년 1천8백12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액수로 같은 기간동안의 물가상승율 1.5배를 앞지르고 있다.

또 하객중 절반 이상이 예식에는 관심없이 축의금만 내거나 아예 피로연장으로 직행, 우리의 결혼문화가 갈수록 일그러지고 있다.

이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전국 1천2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혼례 소비문화의 문제와 건전화 방안' 에서 집약된 결과. 가구당 연간 약24번의 경조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한번 경조사비로 평균 3만5천원을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40여만건의 결혼식이 치러져 약 25조2천8백여억원이 혼례비로 쓰인 것으로 추산됐다.

◇ 결혼비용 = 결혼 비용의 부담이 큰 쪽은 신랑. 평균 결혼 비용 7천5백39만원중 신랑은 신부에 비해 1.7배가 많은 4천7백7만원을, 신부는 2천8백32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총 결혼비용중 2천3백71만원을 혼수에, 1천3백8만원을 의례 (儀禮)에 지출하고 나머지 3천8백60만원을 주택 마련에 쓰고 있는데 주택 마련을 제외한 소비성 비용이 매년 약 9.3%씩 증가하는 추세. 주택마련과 살림장만 비용을 제외한 순수 혼례비용 (예물.예단.의례) 은 2천7백56만원. 1인당 GNP (국민총생산) 수준을 감안할 때이는 미국의 4.8배, 싱가폴의 7.3배, 일본의 3.3배 수준이다.

하지만 정작 결혼 당사자가 마련하는 비용은 결혼경비의 30%내외. 나머지는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화판 결혼을 가장 희망하는 이는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대졸출신의 고소득가정의 미혼 여성. 이들의 결혼비용은 전국 평균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들은 해외신혼여행도 85.7%가 선호, 전국평균 40.3%의 갑절을 넘었다.

◇ 예단과 혼수.주택마련 = 예단은 현재 상대방 부모의 형제 자매에게까지 하고 있으나 '상대방 부모에게만 하면 좋겠다' 는 응답자가 96.1%나 됐다.

신랑 예물의 종류는 시계.한복.양복.넥타이.다이아몬드반지등이며, 신부예물은 시계.한복.양장.예물세트.화장품.다이아몬드 반지가 주된 품목으로 꼽혔다.

10명중 6명 이상이 신랑과 신부에게 각각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했지만 '이를 불필요한 예물' 로 인식하는 이가 응답자의 70%나 돼 개선 여지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예단은 없고 예물로 반지를 교환하고 있는데 약 1백60만~2백40만원, 일본은 예단으로 시계 (7만5천원 상당) , 예물로 반지.시계 (2백20만~3백70만원) 를 건네고 있다.

필수 혼수품은 장롱.오디오.식탁.컴퓨터.침대등의 순. 불필요한 혼수품으로는 원앙금침.식기세척기.피아노.비디오카메라.에어콘이 꼽혔다.

TV는 24인치, 냉장고는 4백10ℓ, 세탁기는 7.5㎏짜리가 인기품목. 신혼부부들이 살고싶어하는 마이홈은 20.4평규모. 미국은 25평, 대만과 일본은 15~20평인 것과 거의 비슷하다.

신혼부부 10명중 7~8명은 전세로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있으며 집을 사는 경우는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청첩 및 하객 = 하객중 축의금만 내거나 (10.6%) , 곧바로 피로연 장소로 직행 (49.3%)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예식을 지켜보는 이는 겨우 하객 10명중 4명꼴. 결혼식 하객 수는 평균 3백43명으로 미국등 외국의 경우 50~1백명 내외인데 비하면 3배가 넘는다.

◇ 개선방향 = 혼례하객을 1백명 이내로 제한하고 참석하객 사전 예약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 한 방법. 일정액 이상 결혼비용을 지원하는 부모에게는 증여세를 부과하는 한편 결혼비용 마련을 위한 장기저리의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공공기관들의 무료결혼식장 확대운영도 요망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혼례 과소비문화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결혼에서 영향받는 바 크다고 보고 사회지도층 결혼의 경우 비용및 하객수 신고제 도입을 관련 기관에 건의할 방침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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