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지역 대선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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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남 지역은 이미 대선 열기에 휩싸여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부산.경남 지역 방송사 주관으로 '대통령 후보 TV토론회' 가 열리는등 후보들의 지역 나들이가 부쩍 잦아지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대선 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 출신 후보가 없어 누구나가 눈독을 들이는 표밭으로 인식되는 이 무주공산 (無主空山) 을 선점하기 위해 후보들은 가는 곳마다 한 목소리로 '장밋빛 공약' 을 쏟아내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산에서는 "녹산공단 분양가의 절반값 인하" "개발제한구역 재조정" "첨단과학단지 조성" 등 백화점식 공약을 마구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들 공약은 대부분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거론되거나 추진중인 것, 또는 이미 공사가 진행중인 것들이어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녹산공단 분양가 절반인하' 의 경우 한국토지공사 부산지사 간부는 "땅값.공단조성비는 물론 다른 지역 형평성등을 감안하면 공단가를 지금의 50% 수준으로 낮추는 일은 한마디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 고 말했다.

대구시.경북지역 관련 공약들도 마찬가지.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후보는 지난달 30일 대구 전당대회에 앞서 그랜드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1세기 대구.경북플랜' 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위천공단 문제 조기해결▶섬유패션 도시화▶경북의 4대 권역별개발등. 또 경제현안에 대해서는 "섬유산업의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대구경제가 어렵다" 며 "대구를 섬유패션도시로 바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바꿔 놓겠다" 고 약속했다.

그러나 李대표의 구상에 대한 대구시와 상공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미 계획을 세워 놓았거나 추진중인 것이어서 전혀 새로운 게 없다" 는 반응. 이와 함께 지난달 27일 대구를 방문한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총재는 대구그랜드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대구공항의 국제공항화▶대구지하철건설의 국고보조 확대▶북한섬유공단 조성지원▶2001년 여름U대회 지원▶경주문화엑스포 지원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구공항의 국제공항화 사업은 이달말 국제선 청사와 활주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가 끝나 다음달에는 착공할 예정이며 예산도 이미 확보된 상태. 또 북한섬유공단도 대구상공회의소가 올초부터 지역업계와 함께 추진중에 있는등 대부분 대구시.경북도에 의해 상당히 진척된 사업이다.

경남 도내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대통령 후보 토론회' 와 지역언론등을 통해 지역개발과 관련된 공약들을 일부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약들이 지역에서 이미 거론돼 온 것들이어서 역시 새로운 것들이 없다.

부산.대구.창원 = 허상천.김상진.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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