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재탕방영 지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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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케이블 TV는 재방송 TV인가.

국내 29개 케이블TV 채널 중 21개가 전체 방송 시간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관광TV 등 7개 채널은 재방송 시간이 전체의 70%나 됐다.

이처럼 케이블TV 채널들이 재방송으로 일관하다시피 하는 것은 케이블TV가 시청자를 늘리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케이블TV협회 조사에서는 케이블TV 해지자중 약 80%가 '볼 것이 별로 없어 시청을 중지했다' 고 답했다.

6일 공보처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재방송을 가장 많이 내보내는 채널은 교양전문 센추리TV로 87.5%가 재방송이었다.

그 다음은 교통관광TV (80.6%) , 영화전문 케이블 DCN (79.8%).캐치원 (78.6%) 등의 순이었다. 영화채널들은 한 프로그램당 재방송만 평균 4번을 내보낸 셈이다.

재방송 비율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케이블TV 방송 내용을 대상으로 산정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드라마나 일부 오락 프로그램 등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이미 방송됐던 것은 포함되지 않아 시청자들이 실감하는 '재탕' 비율은 이 수치보다 더 높다.

이런 실태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순환편성 전략때문에 재방송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고 설명한다.

'순환편성' 은 시청자가 원하는 때 프로그램을 골라 볼 수 있도록 낮.밤 등에 걸쳐 다른 시간에 같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으로 케이블TV가 내세우는 가장 큰 특성이다.

그러나 순환편성은 같은 프로그램을 3번씩 내보낼 경우 재방송 비율은 66.7%로 이를 넘는 채널이 9개나 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불만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케이블TV 채널들의 현황도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재방송을 늘릴 수 밖에 없도록 부채질 한다.

공보처에 따르면 케이블 채널들은 각각 지난해 20억~3백억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39쇼핑만 6억7천만원의 이익을 남겼다. 적자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으로 재방송에 매달리는 것은 시청자수를 줄여 결과적으로 더욱 심한 적자를 부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과감한 투자로 질 높은 새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케이블TV 업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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