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아티스트 조경규의 작품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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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도대체 조경규의 전시회장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맛보기로 만화 두 편만 감상해보자.

▶ '환상대륙' (93년작.http://bora.dacom.co.kr/~chosucks/illusion/land.htm) = 일종의 인터랙티브 게임이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주어지는 상황에 맞춰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제대로 선택해 간다면 다행히도 죽음만은 면할 수 있다.

죽음? 아, 걱정 마시길. 모니터가 펑 - 하고 터지며 당신의 두개골을 강타하진 않을 테니까. 이 게임의 주인공은 35세의 남자. 그는 철강공장에서 일하며 가정에 충실한 평범한 가장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그는 사고를 당해 왼손 손가락이 모두 잘리게 된다.

이제부터 선택이다. 자살할 것이냐, 의사를 찾을 것이냐. 자살을 택한다면 게임은 끝난다.

당연히도 의사를 찾아갈 수밖에. 하지만 돌팔이였다.

조잡한 기계장치로 만들어진 의수 (義手) 는 엉망으로 움직인다. 화가 치민다.

바로 그때 의사가 옆을 지나치며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넨다. 당신은 "괜찮아요" 라고 응대할 것인가, 아니면 그에게 한방을 날릴 것인가.

만약 전자를 택하면 "당신은 멍청이입니다" 란 메시지가 나온다. 후자를 택할 경우 의사에 대한 통쾌한 복수가 펼쳐진다. 왼손으로 한방을 날린다.

의사는 견딜 수 없는 고통과 함께 괴성을 지르며 머리가 깨져 피를 튀기고…. 이만 생략. 어쨌든 이 게임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 '외계인 왕자 난조' (97년작.http://bora.dacom.co.kr/~chosucks/pibada/n.htm/) = 올 4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발표된다.

피바다공작실 소속 '바다' 양이 도와준다.

현재 2부를 연재중이다. 1부만 볼라치면 먼저 외계에서 로켓이 떨어진다.

둥글고 노란 머리를 가진 난조가 그속에서 나온다.

난조를 발견한 야바위꾼은 그를 이용하기로 한다.

'난조를 죽이는 사람에게 건 돈의 두배를 주겠다' 고 한다.

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은 난조를 향해 로켓포를 날리고 수류탄을 먹이고 채칼질을 해댄다. 그러나 난조는 죽지 않는다. 머리가 산산조각 나도 저절로 원상복구된다.

'터미네이터2' 의 'T - 1000' 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난조를 이용해 욕심을 채우던 야바위꾼은 빨간머리 '복고' 에 의해 최후를 맞는다. 결국 난조는 자유의 몸이 된다.

작가의 배경설명 - .난조는 46살 난 외계의 왕자로 지구를 찾아와 옛 친구들을 만나고 다닌다.

기름기로 가득찬 그의 두뇌는 개구리의 그것과 흡사하여 말도 거의 못하고 입도 항상 벌어져 있다.

난조는 말하자면 전형적인 바보 외계인이다.

하지만 난조는 모두에게 좋은 친구다. 가장 중요한 점은 누구나 난조를 가질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난조를 이용할 수는 없다는 것. 앞으로의 얘기가 궁금하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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