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낀 아파트 분양받고 이자 못내 무더기 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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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요즘 주택융자금만 믿고 아파트·빌라등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이자돈을 제때 못내 해약위기에 처한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봉급생활자인 河모씨는 지난해 하반기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의 C아파트 32평형의 중도금을 은행에서 빌려 납부키로 하고 분양받았으나 매달 61만원의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해 분양회사측으로부터 '이자를 갚지 않으면 해약당한다' 는 최고장을 3차례나 받았다. 입주가 1년이상 남은데다 도저히 이자를 갚을 여력이 없을 것 같아 아예 해약을 검토중이다.

경기는 나쁘고 물가는 올라가 가계 씀씀이가 많아지는 요즘에는 보통 일이 아니라고 판단된 때문이다.

매달 이자 (13.9%) 만 내고 원금은 입주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어서 목돈마련이 여의치 않았던 河씨 입장에서는 고맙기 짝이 없는 대출금이었지만 자금집행 능력을 고려치 않아 실패하고 만 것이다.

현재 河씨같은 이유로 최고장을 받거나 해약직전에 놓인 사람이 이 아파트단지만도 1백가구에 이른다.

전체 5백여가구의 20%에 이르는 숫자다.

분양가 1억원에 당시 융자된 금액은 중도금 명목으로 가구당 6천만원. 융자를 내준 D은행에서는 계약자들이 3회이상 이자를 갚지 않자 보증을 선 D보증보험에 이자금액을 청구하고 보증회사는 다시 아파트회사에 구상을 요청해왔다.

이에따라 아파트 회사는 일단 돈을 대신 물어주고 이자돈을 안낸 계약자에 대해 강제해약을 검토중이다.

지난해 분당 신도시에서 중소빌라를 분양한 H사도 전체 분양가의 60%선을 3~5년짜리 융자상품을 알선, 분양에 성공했지만 최근 이자돈을 연체하는 계약자들이 속출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사례는 투자성이 떨어지는 수도권 비인기 지역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분양촉진을 위해 융자조건을 가리지 않고 융자금 액수만 잔뜩 늘린 주택에 많이 벌어지고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시세상승의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 현상" 이라며 "이자 연체자들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특히 많다" 고 말했다.

불경기에 자주 벌어지는 분양촉진 수법으로 요즘 분양이 제대로 안되는 아파트.빌라등의 융자금 총액은 분양가의 60~70%선에 달한다.

분양대금의 융자방식은 주택회사들이 보증을 서 할부금융회사.은행권으로부터 수천만원씩의 융자금을 계약자들에게 주선하는 것. 이는 대부분 중도금에 해당하는 돈으로 소비자들은 목돈 걱정없이 입주때까지 매달 이자만 납부하면 된다는게 큰 장점이다.

호황기에는 일단 집을 분양받아 놓으면 집값이 올라 융자금에 대한 이자를 공제하고도 이익이 남는 일이 많지만 불경기엔 이런 투자가 먹혀들지 않아 중도금등에 대한 이자돈만 한달에 1백만원 가까이 돼 별도의 수입원이 없는 샐러리맨들에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요즘같은 불황기엔 무리하지 않은 범위내에서 투자하되 융자금 액수보다 금리.상환기간등 융자조건이 유리한 집을 선택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최영진·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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