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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좋은 특수클리닉 요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푸른 바다, 작렬하는 햇빛과 모래알… 여름이 오면 O자형 혹은 X자형 휜다리 때문에 고민을 하는 여성이 많다. …다행히도 만족스런 치료를 하는 무릎클리닉이 국내에 있다는 것은…'

이는 모여성잡지에 등장한 '무릎클리닉과 다리 미인' 이라는 제목의 의료광고. 게재내용이 의료법의 한계를 넘은 과대·불법광고이기도 하지만 무릎클리닉이라는 국적불명의 용어가 마치 특별한 비방 (秘方) 을 소개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몇년전부터 진료과목외에 특수클리닉이라는 간판을 덧붙이는 것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대학병원은 물론 한방병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적게는 20여개에서 1백개 이상의 특수클리닉을 운영하는 곳도 있을 정도. 예컨대 정형외과의 경우 무릎 어깨 엉치뼈 허리 목등 관절부위마다 클리닉이 있는가하면, 신경과에서는 뇌졸중 편두통 기억장애 수면장애 코골이 간질 어지러움 운동장애 근육 말초신경클리닉등 생각할 수 있는 질환에는 모두 클리닉을 붙여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뇨병 요통 뇌졸중클리닉은 이미 흔한 클리닉으로 정착됐고 최근에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신과에서 운영하는 스트레스나 대인공포증클리닉 금연클리닉, 암환자의 가족력을 보는 암유전자클리닉, 한방병원에 등장한 산후보양 경기 한방미용침구 체질클리닉등이 그것. 바야흐로 '클리닉 춘추전국시대' 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클리닉 남발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고대의대 산부인과 박용균교수는 "클리닉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외래진료소 (Outpatient Department) 라는 단순한 의미로 쓰이며 특수한 분야를 전공한 의사는 서브스페셜리스트 (세부전문의) 로 구분, 일반전문의와 차별화하고 있다" 고 말한다.

예컨대 산부인과중에서도 부인암의 세부전문의가 되기위해선 부인 생식내분비· 골반재건성형등 전문분야를 2년간 더 공부한뒤 해당학회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같은 세부전문의제도 없이 특수클리닉을 남용한다는 것. 연세대의대 비뇨기과 이무상교수는 "이처럼 특수클리닉이 양산되는 것은 병원의 이해가 얽혀있기 때문에 국민의 보건의료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한다.

의료영역이 전문화· 세분화되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환자유치 수단으로 활용되면 곤란하다는 것. 우선 특수클리닉의 진료내용 대부분이 보험수가가 아닌 일반수가를 받는다는데서 이같은 사실이 입증된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특수클리닉은 이익극대화를 위해 특정 환자를 유인(?), 고액의 진료비를 받기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1명의 교수가 2~3개의 특수클리닉을 맡는가하면 고가장비와 관련된 클리닉이 많다는 것은 모두 병원의 이윤추구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일부 특수클리닉은 필요성이 인정되기도 한다. 예컨대 베체트씨병이나 에이즈· 유전질환등은 환자층이 적어 연구와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특수클리닉의 운영이 필요하다.

李교수는 "우리나라에서의 특수클리닉 난립은 전문진료를 제대로 제공하는지에 대한 검증도 없을 뿐만 아니라 턱없이 고가의 진료비를 받는등 병폐가 많으므로 정부에서 특수클리닉 개설과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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