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포키’로 세계인 입맛 사로잡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떡볶이는 무엇보다 재료가 간단해서 다른 한식보다 경쟁력이 있습니다. 떡과 소스, 몇 가지 야채만 있으면 되거든요. ‘국민 간식’ 떡볶이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겁니다.“


떡볶이용 떡과 소스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떡볶이연구소’의 이상효(48·사진) 초대 소장은 ‘왜 많은 한식 중 하필 떡볶이 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떡볶이연구소’는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부설로 11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문을 열었다. 쌀 소비확대와 떡볶이의 수출 상품화가 목적이다.

농학박사인 이 소장은 20년 간 쌀을 연구해온 쌀 전문가다. ‘햇반’이란 상표명으로 잘 알려진 무균포장밥을 1990년에 개발한 주역이다. 최근에는 ‘씻어나온 쌀’을 개발했다.

그가 떡볶이를 주목한 이유는 쌀 제품인데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금만 변형하면 수출상품으로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떡과 소스를 어떻게 개발하느냐였다. 외국인 입맛에 어느 정도의 매운 맛이 적합한지도 고민이었다.

“기존의 떡볶이에 카레나 자장 등 향신료를 섞어 덜 매우면서도 다양한 소스 맛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떡을 스파게티 면처럼 길게 만들어 보거나 만두처럼 동글동글 만들어 식감을 달리 해보는 시도도 해야죠. 천연 재료로 먹음직스럽게 예쁜 색깔도 입혀보고요.”

그는 떡의 차진 정도도 조절할 생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쫄깃쫄깃한 느낌의 떡을 좋아하는데 외국 사람들은 달라요. 좀더 부드러운 감촉을 원하더라고요.”

‘떡볶이’란 이름을 외국인이 발음하기 쉽게 ‘토포키(TOPOKKI)’로 표기하기로 했다. “‘떡’에 중점을 두면 발음이 어려워요. 부드럽게 발음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죠. 외국인들에게 설문조사도 해봤어요. 이름만 연구하는 데도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떡과 파, 어묵의 모양을 따서 캐릭터도 만들었다.

이 소장은 우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일본을 중심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블라디보스톡은 한국과 가깝고 한식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현지 마트에서 떡볶이 시식 행사를 열었더니 사람들이 ‘맛있다’며 더 먹으려고 줄을 서더라고요. 일본 사람들도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잖아요.”

정부도 최근 떡볶이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140억 원을 떡볶이 산업에 투입해 연구개발과 소비촉진, 수출확대 등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달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는 ‘2009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떡볶이를 비롯한 대중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외 각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떡볶이를 조리할 때 냄새를 줄일 수 있는 조리 기구나 테이크아웃을 위한 포장 용기도 개발해야죠.”

떡볶이연구소의 연구원은 일본 조리학교 출신 요리사를 비롯해 떡 관련 업체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일단 다섯 명으로 출발해 3년 안에 16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산하 200여 개 떡볶이 업체들에게 신제품 개발 기술을 적극 전수할 예정이다.

“우리 김치가 일본 ‘기무치’의 도전을 받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떡볶이만큼은 세계인의 머릿속에 한국 음식으로 확실히 각인할 겁니다. 주위에서 저보고 ‘떡볶이에 목숨 건 남자’라고 합니다. 요즘엔 자다가도 떡볶이가 나오는 꿈을 꾸거든요.”  

글·사진 =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