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투자 관련 미국-프랑스 긴장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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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프랑스가 러시아.말레이시아와 공동으로 미국의 대 (對) 이란 금수 (禁輸) 조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섬으로써 미국과의 사이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프랑스 최대 석유회사인 엘프는 지난달 28일 이란국영석유회사 (NIOC) 와 걸프해 남부 파르스 가스전 개발을 위한 2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협정에 서명했다.

엘프사가 투자비의 40%를 대고 러시아 가스프롬사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사가 각각 나머지 투자비의 절반씩을 부담하는 조건이다.

이들 3개사는 천연가스 매장량 8조입방m로 세계 최대규모 가스전인 남부 파르스 가스전을 개발, 오는 2001년부터 프랑스 연간 가스 소비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2백억입방의 천연가스를 매년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3개사의 대 이란 투자는 미국이 지난 96년8월 제정한 다마토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일종의 도전행위로 비춰지고 있다.

다마토법은 이란과 리비아를 테러국으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내 석유.가스사업에 4천만달러이상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보복을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금이 테러지원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을 어기는 기업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신용제공 금지 ▶수입규제 ▶민감기술품목에 대한 면허취소 ▶공공시장 참여금지등 6가지 규제조치중 두가지를 시행해야 한다.

엘프사의 티에리 데마레 회장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엘프사의 대 이란 투자는 프랑스 국내법과 유럽연합 (EU) 의 규정에 전적으로 합치하는 결정" 이라고 강조하고 "설사 미국이 국내법을 근거로 보복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엘프사로서는 실질적으로 부담될 게 없다" 며 투자 강행의사를 분명히 했다.

프랑스 총리실과 외무부는 이란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조치 권한은 오로지 유엔만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엘프사 입장을 거들었다.

이에대해 미 국무부는 지난달 29일 "다마토법을 적용할 것" 이라는 원칙을 확인했으나 "우선 진상조사를 벌일 것" 이라고 덧붙여 아직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들 3개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는 3개국과 미국간 무역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란의 국제무대 복귀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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