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도네시아 산불 인력으론 못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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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동남아 연무 (煙霧) 피해의 진원지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령 보르네오섬 칼리만탄주에는 29일 새벽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국경으로부터 4백㎞ 떨어진 칼리만탄주의 주도 (州都) 폰티아나크 주민들은 새벽 단잠을 털고 거리로 뛰쳐나와 4개월만의 단비에 환호성을 올렸다.

칼리만탄의 산불지역은 콘티아나크에서 카푸이스강을 따라 동쪽으로 3백여㎞ 더 들어간 '신탕' 과 '케타팡' 의 산악 정글지대. 이곳 주변에서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로부터 파견된 소방대가 화재지점 탐사.진화작업을 사흘째 계속해 왔으나 이들도 비가 뿌리자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일기예보를 주시했다.

동남아 일대에는 다행히 산불지역인 수마트라섬과 칼리만탄을 포함한 거의 전역에 현재 비가 내리고 있다.

강우량이 조금만 늘어난다면 연무피해 해소는 물론 산불 자체가 소멸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화재에 대해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우기 (雨期)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 산불이 완전 진화되려면 최소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워낙 오랜 가뭄으로 불이 땅속 깊은 토탄 (土炭).아탄 (亞炭) 층에 옮겨 붙은 상태여서 땅위의 불은 꺼지더라도 이른바 땅속의 불인 지중화 (地中火) 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83~84년 삼림 1백만㏊를 태운 대화재가 발생했던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서는 화재진화 14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지층밑에서는 미약한 바람에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 과학자들은 "이같은 지중화 현상이 벌어질 경우 땅속에서 계속 연기와 이산화탄소등이 배출되고 이 지역 대기를 가열시켜 기상이변등을 초래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땅속 불까지 진화하려면 화재지역이 완전히 물에 잠기거나 산소공급이 중단돼야 하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인도네시아 산불및 동남아 연무사태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훼손이 국경을 뛰어넘는 엄청난 환경재앙이라는 부메랑이 돼 인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 주고 있다.

한편 연무에 휩싸여 있는 말레이반도 남부 서안 말라카 해협에서 27일 세번째 선박 충돌사고가 발생했다고 말레이시아 해양수색.구조조정센터 (MRCC) 대변인이 28일 밝혔다.

지난 19일과 26일에 이어 동남아지역에서 세번째로 발생한 이번 충돌사고는 지난 27일 오전 1시50분 (현지시간) 말레이 해협 북쪽의 피낭을 출발해 딕슨항으로 항해중이던 말레이시아 유조선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선박과 충돌했다는 사실을 MRCC에 보고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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