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하이닉스 환대하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28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서 열린 하이닉스 중국 반도체 공장 기공식. 이날 사회는 마오샤오핑(毛小平) 우시 시장이 직접 봤다. 그는 한 시간 내내 마이크를 잡았다. 현지의 한 공무원은 "시장이 나서 사회를 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장쑤성에서 내로라하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기공식에 나왔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하게 된 장쑤성장은 우의제 하이닉스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 한때 회사 존폐기로에 섰다가 지난해 2조원대의 이익을 내며 기사회생한 하이닉스가 어깨를 펴는 자리였다.

우시시는 하이닉스를 불러 들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공장 땅값과 세금을 깎아 준 것은 물론 공장 건설 인.허가 절차를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또 시 정부가 직접 나서 현지 금융기관을 설득, 투자액의 절반인 10억 달러의 대출까지 알선했다. '기술 유출'이란 국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와 채권단이 중국 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우시시의 이 같은 정성이 밑거름이 됐다. 우 사장은 기공식 뒤 기자와 만나 "한국에서 이 같은 규모의 공장을 지으려면 몇 배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가 중국에 둥지를 틀면서 삼성전자도 내심 고민 중이다. 삼성전자가 밖에 공장을 지으려면 국가 대표기업이란 상징성 때문에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국내에 눌러앉아 있을 수도 없다. 기업의 공장부지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공장을 지으려면 곳곳에서 궂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최근 동탄 신도시의 공장 땅 값이 비싸다며 정부 요로에 호소했던 삼성전자는 '특혜 논란'에 부닥쳐 두 손을 들었다. 기업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상 하이닉스와 같은 첨단기술 업체의 해외 이전은 막을 도리가 없다. 세상은 글로벌 경쟁시대다.

이현상 산업부 기자 중국 우시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